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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헌 칼럼] 등록금보다 더 깊은 지방대생의 고민

안준헌 2011년 06월 21일 화요일
   
▲ 논설위원
정치권이 온통 대학등록금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가운데 최문순 지사가 전국 처음으로 강원도립대학 등록금 폐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학비 걱정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명문대학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절대 포퓰리즘이 아닌, 실현 가능한 일인 만큼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까지 곁들였다. 현재 지원되고 있는 연간 65억원 외에 25억원 가량만 더 확보하면 된다는 것이다. 등록금이 없는 대학.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가 없는 대학. 열심히 공부해 좋은 직장에 들어가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아마 이것이 최 지사가 꿈꾸며 등록금을 없애기로 한 강원도립대학의 미래상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아니, 최 지사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꿈이라 하는 것이 옳겠다.

그러나 그것은 꿈일 뿐이다. 지방대학생들은 당장의 등록금보다 졸업 후 취업이 더 큰 고민이다. 배운 전공지식과 졸업장을 들고 원하는 직장을 잡을 수만 있다면 잠을 쪼개며 등록금을 벌어도 참고 견딜 수 있다. 등록금의 고통보다도 백수라는 눈총이 더 견디기 어려운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반값 등록금 논쟁도 그 근본 해결점을 이 같은 지방대생의 차별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 중 절반 가량이 지방 고등학교 출신이다. 그들은 서울 출신보다 방세와 생활비로 두 배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당연히 등록금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방대학을 다니기에는 취업 때 받을 불이익이 억울하다. 괜찮다 하는 직장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기에 그렇다. 최근 대기업과 유망 중소기업 취업자를 분석해 보면 지방대 출신 비율이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지방대생들의 실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모든 경제와 일자리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많은 스펙을 쌓은 서울소재 대학 출신들도 넘쳐 나는데 굳이 지방대 출신들을 뽑아야 할 이유는 없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지방대학들은 갈수록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2020년쯤에는 현재 64만명에 이르는 고교졸업생이 42만명으로 22만명 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그때가 되면 구조조정을 할 필요도 없이 지방의 모든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그렇지 않아 지금도 일부 지방대학에서는 중국 등 해외 유학생에 등록금을 20∼30%이상 깎아주면서까지 모셔 와도 정원을 못 채우고 있다고 한다. 그런 대학이 전국 400여 곳 중 40%나 된다는 보도도 있다.

교육은 국가 경쟁력이다. 핵심생산인구가 5년 전보다 36만명이 줄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도 직장을 얻지 못하는 대졸자들은 매년 쏟아져 나온다. 이제는 교육정책을 뿌리째 수정해야 할 때가 됐다. 많은 지식층들이 지적하고 있는 유럽, 특히 독일의 예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타고난 재능은 개개인마다 다르다. 그래서 독일은 고교 졸업생 60∼70%가 적성에 맡는 기술교육을 받은 후 사회에 진출한다. 물론 배우지 못한 한을 자식 교육에 매달려 온 우리의 의식구조와는 다르지만, 지금부터라도 사회 전반적인 의식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실감나도록 정부가 이끌고 투자해야 한다. 대학을 나온 사람이나,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나 모두 능력에 따라 대우 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능력이나 일의 비중과는 관계없이 고졸과 대졸의 연봉 차이가 갈수록 커지는 모순적인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대학졸업 취업자 중 상당수가 전공과는 전혀 관계없는 직종, 또는 대학 졸업장이 필요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임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왜 우리는 모두 대학을 나와야 하는지, 그 중에서도 서울소재 대학을 나와야 하는지 그 이유부터 꼼꼼히 따져 볼 때다. 교육정책을 앞으로의 사회·산업 구조에 맞춰 새롭게 틀을 짜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지방대학의 육성책과 아울러 말이다.

joonh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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