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수 전남대 교수

대한경영학회장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을 읽어 보면 인생의 세 가지 질문이 있다.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적합한 시기는 언제인가, 가장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리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일인가’이다. 유명한 이야기라 알겠지만 대답은 의외로 바로 우리 곁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가장 적기는 바로 지금 이순간이요, 누구와 더불어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는 바로 지금 당신 앞에 있는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의미 있는 일이란 타인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이라 하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람 있는 일생을 생각한다면 특히 세 번째 질문의 답처럼 남들에게 베풂과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더없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해마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 연말이 되면 여기저기서 크든 작든 간에 사회적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어떤 사람들은 착한 일을 알리기 위해 사진으로 보여 주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은 행여 알려질까 싶어 익명으로 묵묵히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한 때 인기가 대단히 높았던 명배우 오드리 햅번은 은막에서 은퇴한 후 소외 받은 이웃을 돕기 위해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다가 생을 마감하였다. 그녀가 남긴 이야기 가운데 기억되는 한 문장이 있다. 우리 인간에게 양손이 있는 이유는 한손은 나를 위한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남을 위한 손이기 때문이란다.

지난 주말 근교의 조그만 도읍에서 열린 음악회에 초대되어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음악회 풍경이 예사롭지 않았다. 주최가 큰 단체나 기관이 아닌 고등학교 동문회였고, 강당 입구에는 쌀가마니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주최측 사연을 들어 본즉 “해마다 연말이면 송년회다, 망년회다 해서 호텔을 빌려 마시고 노래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얼마나 무의미 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의미 있는 행사로 바꾸기로 했단다.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들을 초청, 희망과 기쁨을 주는 행사로 말이다. 음악회는 짜임새 있고 내용이 알차서 그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하였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재롱잔치를 시작으로 인근 대도시에서 내려 온 파파합창단의 하모니가 일품이었다. 군내 어머니들로 구성된 여성합창단의 솜씨도 수준급이었고, 고등학생들의 발랄한 댄스 공연도 청중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심금을 울리는 대금의 소리가락 또한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 주는데 손색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음악회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지리산에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살아 온 오카리나 청년이 영혼의 소리를 토해 내는 명연주였다. 부자간이 하나가 되어 들려주는 천상의 하모니는 이날 연주회의 압권이었다. 특히 꼬마 청중들을 위해 들려주는 곡목들이 앙코르로 이어지는 바람에 두 시간 예정의 음악회가 세 시간 다 되어서야 막을 내렸다.

이날 밤 뜻 깊은 일은 출연하는 사람들이 모두 본인들이 갖고 있는 재능을 기부하였다는 점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자산을 혼자서 독차지하지 않고 나누어 갖는다는 일이야말로 톨스토이 말처럼 우리에게 소중한 일이다.

이제 12월 한 달이 되면 한 해를 아쉬워하며 송년행사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그래도 힘들어 하는 그들보다 일 년을 마무리하는 여유를 갖는 사람들은 형편이 낫지 않는가. 이 번 기회에 앞에서 소개한 음악회처럼 가족모임, 계모임, 동문회, 향우회, 그리고 각종 동아리 모임의 행사 패턴을 바꿔보면 좋겠다. 행사비용을 절감하고 아껴서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불우이웃에게 나눠 줄 수 있는 선행을 실천해 가보자. 우리 모두 아름다운 동행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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