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7세의 청년 이준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의 언행이 연일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거친 정치판에 홀연히 뛰어들어 거침없는 입담으로 화제를 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비춰진다. 지금까지 정치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애송이 청년이 정치판에 등장하자마자 이렇게 주목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위원은 한나라당 비대위가 꾸려지면서 고리타분한 늙은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발탁한 카드다. 그는 서울과학고와 카이스트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엘리트다. 지난해 초 벤처기업을 창업한 청년사업가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그를 통해 등을 돌린 젊은이들의 마음을 돌려보려 했던 것이다. 당의 기대가 어디에 있는지와는 별개로 그의 언행에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것 같다.

같은 당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소년급제처럼 재앙은 없다”며 벼락출세(?)를 비꼬고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들러리”라고 비판하자 그는 즉각 전 의원을 “변절자”라고 정면으로 맞받았다. 과거 박근혜 사람으로 알려진 그가 대선 때 이명박 지지로 돌아선 것을 빗댄 말이다.

지난해 아나운서 성희롱 파문으로 출당된 무소속 강용석 의원과도 목하 대치 중이다. 그가 하버드대 동문인 “강용석 의원과 쌍두마차가 되라”는 말이 나오자 “꼭지가 돈다”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털어 놓았는데, 이에 발끈한 강 의원이 그의 학력과 병력문제를 거론하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강 의원은 지난 10일 이 위원이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 중 근무지를 이탈, 병역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과 최고위원급 위원에 20대 청년이 등장한 것 자체가 이미 진통을 예고한 것이지만 문제는 이들의 공방이 감정싸움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게 딱 우리 정치의 현주소인가 싶은 것이다. 청나라 문장가 장조(張潮·1650∼?)는 “젊은이는 모름지기 노성한 식견이 있어야 하고(少年人須有老成之識見) 나이 먹은 사람은 모름지기 젊은이의 마음자리를 지녀야 한다(老成人須有少年之襟懷)”고 했다. 젊은이에게서는 패기 속의 진중함을, 선배들에게서는 연륜에 걸맞는 도량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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