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사 짐 무거워 경제활동 결국 포기

최근 강원도 고용시장은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면서 실업률과 고용률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도내 전체 성장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도민일보가 강원발전연구원 일자리인재개발센터와 공동으로 마련한 연중 시리즈 ‘일자리 창출 캠페인’ 두번째로 비경제활동인구에 대한 현황과 과제, 전망 등을 살펴본다.

 

 


도내 비경제활동인구 중 여성 63% 차지…성별 고용격차 뚜렷

여성 일자리 창출 제조업체 유치·고령자 경제현장 참여 필요



# 비경제활동인구 현황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이 강원도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여성을 중심으로 도내 비경제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동북지방통계청이 내 논 ‘2011년 12월 강원지역 고용동향’에 의하면 지난 달 도내 비경제활동인구는 55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55만 명)과 비교해 0.8%(4000명) 늘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34만8000명으로 지난 1년 동안 1.5%(5000명) 증가했지만 상대적으로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남성의 경우 20만7000명에서 20만6000명으로 1000명 줄었다. 특히 고용상태의 계절적 편차가 큰 도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해 7월 51.5%에서 12월 43.5%로 8%p 감소했다.

이는 도내 경제활동인구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해 12월 65만 명을 기록한 경제활동인구 중 남성(37만6000명→38만2000명)은 1.7% 증가했지만 여성(26만9000명→26만8000명)의 경우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염돈민 강원발전연구원 일자리인재개발센터장이 분석한 ‘2010년 강원도 비경제활동인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내 비경제활동인구 중 여성이 63%로 높은 비중을 보였으며 60세 이상 고령자(35%), 재학생 비중이 높은 청년층(32%) 등이 뒤를 이었다.

비경제활동인구의 가장 큰 이유는 육아·가사활동에 참여하는 여성(64%) 비율이 가장 많았기 때문으로 이 중 96.7%가 취업을 희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이후 도내 실업률이 1%대로 떨어졌지만 고용률도 동반 하락하면서 지역에 구직활동을 단념한 비경제활동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실업률 하락은 구직단념자 등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고용사정이 상용직 근로자와 비농림어업 부문 취업자의 증가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저임금 업종, 고령층 중심 고용구조 등 부정적인 영향도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 현재, 강원지역 상용근로자(5인 이상 사업체) 월급여액은 224만3000원으로 급여수준이 낮은 도소매업(216만9000원) 및 숙박음식점업(169만8000원) 중심의 취업구조 한계로, 전국 평균(248만7000원)을 하회했으며 16개 시도 중 4번째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전업주부 이 모(51·춘천시 후평동) 씨는 “최근 치솟는 물가와 교육비로 인해 남편의 급여만으로는 생활하기 힘들어 집안 살림에 보탤 겸 동네 마트에라도 취직하려고 했으나 시급 등 처우가 좋지 않아 곧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 모(46·속초시) 씨도 “아이들 교육비 마련을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려 했지만 별다른 기술 없는 40대가 새로운 직장에 취직하는 게 쉽지 않아 결국 지인의 식당에서 일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이 실업률은 개선되고 있으나 구직단념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재정자금이 대거 투입되는 사회서비스부문의 중·저 직능직에서 상용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직장인 최 모(53·춘천시) 씨는 “매일 야근에 주말에는 특근까지 겸해도 한 달 월급이 150만원 수준인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신분이라 회사 측에 항의할 수도 없어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용노동부 강원지청 윤묵진 취업지원센터 팀장은 “도내 산업생산구조는 전국과 비교해 제조업이 취약한 반면 서비스업 비율이 높아 지역 여성들의 직업 선택의 폭이 한정돼 있다”며 “도내 몇몇 제조업들을 제외하면 도내 여성들이 일을 할 만한 곳은 마트, 음식점, 숙박업체 등으로 도내에서 여성 일자리 창출이 유리한 제조업 기업 유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노인일자리 설명회


# 고용개선 전망과 과제

올 도내 고용사정은 취업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실업률도 하락하며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인구 증가에 비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미흡, 지난해보다 개선 정도가 미약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취업이 남성과 장년층 위주로 이루어짐에 따라 여성과 청년 취업 개선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최근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발표한 ‘2012년 강원경제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인력사정BSI가 기준치를 하회(인력부족)하고 있으나 제조업 인력사정BSI 전망치가 상승하고 있어 향후 신규고용 여력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올 고용사정이 경기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지난해 보다 개선 정도가 약화될 것이란 전망으로 향후 6개월에 대한 취업기회전망CSI도 기준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됐다.

통계청의 ‘2011년 1~10월 성별 취업자 증감 및 고용률’ 조회 결과, 이 기간 중 도내 취업자 증가의 94%가 남성이고 고용률도 남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여성의 경우 하락하는 등 성별고용 격차가 뚜렷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중 여성 고용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여성 취업이 기상여건, 추석연휴 등 일시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임시·일용직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은행 강원본부는 “앞으로 가시적 고용성과를 위해서는 더 많은 기업유치가 필수적이고 이는 집적화로 이어질 수 있어 고용의 시너지효과가 배가 될 것”이라며 “강원도가 청년층 역외유출로 고령화 비율이 높은 만큼 보다 많은 정부예산을 배정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염돈민 센터장은 “고령화로 사회 전체의 활력과 성장력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특히 여성과 고령자들을 경제현장에 참여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진단했다. 윤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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