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깊어지면 산비탈 계곡물은
켜켜이 껍질 늘려가는 오래된 나무처럼
얼어간다.
봄은 이미 저만치다.
산골짜기 바위틈은
매서운 찬바람도 비껴간다.
누군가 머물다 간 마른 숲
같이 할 사람 없는 방보다 따듯하다.
기다리는 날이 지나면 다음은
세월 내려앉은 소나무
구부정한 가지에 하얀 눈
미풍의 흔들림
여인이다.
알 수 없는 앞날
갈팡질팡 밀려드는 잔잔한 회한들
십팔번 곡조로 뿜어낸다.
첫눈 같은 사연 마음에 눌러두고
무작정 떠났다가
돌아오는 눈 덮인 산길
무엇을 더 비우고 가야 하나
부질없는 말이다.
뒤엉킨 날들
몇 해만이던가.
구불구불한 머리
순간 떨림
여인이다.
이상복·원주평생교육정보관 행정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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