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모닥불을 피워 그 열을 쪼이는 것과 같이 방사능 물질에서 나오는 에너지 즉, 코발트-60이나 세슘-137 또는 X-선 등을 식품이 쪼이면 식품 원형질은 변화되지 않고 발아를 억제시키거나 썩는 것을 지연시키고 기생충, 해충을 없애 '위생적인 식품'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40년대 이같은 '방사선 식품조사(食品照射)' 원칙이 발견된 이래, 50년 대 말엔 미국에서 우주선 식품으로까지 이용되더니 지난 80년 WHO와 FAO 조사처리 안전성이 인정된 후에는 세계적으로 이 '조사처리'가 늘어가는 추세다. 현재 '식품조사'는 39개국에서 230여 종의 식품군을 대상으로 처리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감자 양파 된장 고추장 등 19가지 품목으로 제한돼 있는 방사선 조사식품에 18가지 품목을 새로 추가키로 했다고 밝혔다. 방사선을 쪼이게 되는 식품은 결국 곡류나 육류를 쓰는 가공식품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시민단체들이 침묵할 리 없다. 즉각 "유해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방사선 조사식품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핵 반응기 누출사고 또는 핵실험에서 발생된 방사능 오염물질이 우발적으로 '오염된 식품'과 발아의 방지나 식중독균의 살균과 같은 유익한 현상을 일으키기 위해, 방사선 에너지를 '처리한 식품'을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어쨌든 먹을거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번 논란도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문제는 시민단체들이 "식약청이 국민의 식생활과 연결되는 조사식품을 확대하면서도 이 사실을 관보에만 게재하는 등 슬며시 처리하려고 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이번에도 정부는 그 '슬며시' 버릇 때문에 발등을 찍고 있다. 그런 '슬며시' 관행 때문에 솔직히 된장 고추장이 방사능 처리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이제야 알게 됐다.


함광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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