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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도민시론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이공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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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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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공우

행정학 박사·도 총무과

어느 종합편성 채널의 개국 축하무대에 출연한 가수 인순이씨를 소설가 공지영씨가 “개념 없다”고 비판한 것이 SNS 공간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개념’이 뭐길래….

‘개념’에 대한 개념을 간단히 정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흔히,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일컬어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로도 칸트의 인식론적 ‘개념’의 의미를 제대로 포착하고 있다고 보아 무방할 것입니다.

무릇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개념 있게’보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그저 뉴스만 전달하면 될 것을, 전문가적 해설을 붙이려다 문제를 일으키는 방송 진행자. 해당 분야를 주제로 베스트 소설 한편을 썼을 뿐임에도, 미디어의 관련 프로그램에 나와 열변을 토로하는 작가. 인기를 끈 영화의 주인공에 불과하면서, 시사적인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견해를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배우, 등등. 어쩌면, 불쑥 이런 주제를 꺼내는 심사도 그와 비슷한 아류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누구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습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단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개념’의 유무를 논하는 기준과 잣대가 보편적이지도 못하고 객관성도 없다는 것입니다. 다분히 진영논리나 집단사고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내(內) 집단 편향적 지각(知覺)’에 따라, 그와 다르면 무조건 개념 없는 부류로 낙인찍는다는 것이지요. 정봉주씨 석방을 촉구하는 ‘비키니 시위’와 관련하여, 공지영씨가 동지(?)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고 곤혹을 치른 것이 그 좋은 실례입니다. 분법적 논리로 분열을 조장하고 편 가르기를 하는 사회, 그게 과연 ‘개념 있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개념 있는 사회’일까요?

또 하나는, ‘개념’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점차 권력화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문화권력’입니다. 아마도 여기에 맛 들인 사람들이 자신의 본령을 떠나 엉뚱한 ‘개념’을 행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자신의 본분을 넘어서는 충분한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분야로 그 영향력을 넓혀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공권력이나 정치권력과 달리, 이런 유형의 권력은 비공식적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래서 더 위험한 측면도 있습니다. 공식적인 권력에는 책임이 따르지만, 이들은 권력을 행사하기만 할 뿐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긴, 유명 작가나 연예인이 명성에서 나오는 문화권력을 향유해 온 것이 어제 오늘의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염려가 다 기우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소셜테이너(socialtainer)와 같은 그럴 듯한 ‘신개념’으로 화장한 나머지, 대중들이 그 사람을 사랑했던 진짜의 모습이 점차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모름지기 가짜가 되어간다는 것이지요. 100만 팔로어를 몰고 다닌다는 소설가 이외수씨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짜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진짜처럼 꾸며 놓은 가짜와 진짜처럼 행세하는 가짜다. 꾸며 놓은 가짜에게 속았을 경우보다, 행세하는 가짜에게 속았을 경우가 한결 비애감을 짙게 만든다. 전자는 물건에 대한 절망을 가져다주지만 후자는 인간에 대한 절망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감성사전).

경기도 구리시 당국이 소설가 박완서씨가 살던 아차산 자락 ‘아치울’마을을 ‘박완서 문학마을’이라 이름 짓고, 주변에 문학관, 문학공원, 문학비 등을 만들려 하자 유족이 정중히 사양했다고 합니다. 유족은 “어머니는 ‘아치울’이란 이름을 사랑했고 길·마을 어디에도 당신 이름이 남기를 원치 않으셨다. 오직 작품으로만 사람들 기억 속에 남고자 했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곁에 아직도 이런 진짜 분들이 남아 있어 살만한 것입니다. 누가 그런 사람을 모르시나요? 이번에는, 국회의원도 이런 인품을 가진 분을 뽑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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