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이름은 ‘맥가이버’ 신덕익 태백 화광부녀경로당 총무

공구가방 짊어지고 동네 곳곳 집수리가 일상

사랑의 도시락 배달 등 봉사 지역사회 귀감

 

▲ ‘청년 맥가이버’ 신덕익·추순자 씨 부부가 봉사활동의 필수장비인 공구가방을 펼쳐보이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봉사가 건강의 비결입니다.”

우리나라 광산촌의 상징으로 통하는 태백시 장성동. 이곳은 여전히 장성광업소가 가행되는 살아있는 광산촌 현장이다.

하지만 석탄산업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산자락에 자리잡은 장성 탄광촌 부락은 마치 시계가 멈춘 듯 60~70년대 살림살이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슬레이트지붕에 비좁은 골목길과 담벼락 사이로 다닥다닥 붙은 10여평 남짓의 부락은 빈민촌이 따로 없다. 유난히 독거노인도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50여년간 머물며 남모를 봉사와 헌신을 천직으로 여기는 ‘청년같은 어르신’이 있다. 그 주인공은 신덕익(72) 태백 화광부녀경로당 총무.

신 총무는 오전 5시쯤 기상과 함께 공구가방을 짊어지고 동네 곳곳을 둘러보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의 공구가방은 망치, 드라이버, 펜치, 스패너 등 기본 장비 이외에 전기드릴, 함마, 톱, 납땜기 등이 필수장비로 채워진다. 여기다 한겨울에는 해빙기도 반드시 챙겨야 할 장비 중의 하나다.

신 총무는 주로 홀로 살거나 거동이 불편한 동네 노인가정을 수시로 방문해 밤새 문안인사와 함께 허름한 집안 시설을 수리한다. 특히 보일러와 화장실 고장은 그의 단골 봉사메뉴다. 고원지대인 지역특성상 급격한 기온 저하로 인해 꽁꽁 얼어붙은 수도관 결빙도 신 총무의 열정과 기술력 앞에 슬며시 녹아버린다.

무엇보다 모든 봉사는 자신의 용돈을 쪼개고 쪼개 전액 무료로 실천하기에 더욱 훈훈한 정감을 주고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왕성한 봉사활동이 곧 그의 보약인 셈이다.

이 때문에 마을주민들과 경로당 회원들은 그를 ‘청년 맥가이버’로 부를 정도로 다재다능한 봉사맨으로 인정받고 있다. 화광부녀경로당 회장은 부인 추순자(67)씨가 맡고 있다. 부부가 경로당 회장-총무를 독차지(?)한 보기 드문 경우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워낙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인정받고 있는 터라 회원들의 성원과 지지도 남다르다. 나이를 잊은 신 총무의 열성적인 지역봉사 활동 배경에는 부부금술도 한몫 거들고 있는 것이다.

신 총무는 청년시절인 1979년 불의의 사고로 광부생활을 일찍 접었다. 당시 10년 남짓의 광부생활의 후유증으로 지난 2005년 산업재해인 진폐장해 13급 판정을 받기도 했다. 광산생활을 접은 이후 자동차운전학원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던 그는 1984년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의 봉사는 IMF 외환위기로 실직자가 크게 늘어난 지난 1998년 사랑의 도시락 배달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승합차에 80여개의 도시락을 가득 싣고 태백시 전역의 구석진 집안 곳곳을 찾아다녔다. 그의 손길은 매일 점심 독거노인, 결식아동, 저소득층가정 등에게 한끼의 식사보다 소중한 사랑으로 전해졌다. 이 기간 겪었던 수많은 아픈 사연과 감동은 숨을 거두기까지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다.

이 때문에 사랑의 도시락봉사는 현재도 틈나는 대로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같은 꾸준한 헌신과 봉사가 전해지면서 국제로타리 장성로타리클럽, 사회복지법인 태백사회복지회 등에서 감사패를 수여한 데 이어 지난 2010년 12월 태백시장 표창도 수상했다.

신 총무는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을 갔는데 인기척이 없어 살펴보니 밤새 돌아가셨더라. 정말 안타까운 심정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하며 “생색을 내기보다는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이웃을 돕다보면 즐거운 기운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태백시 노인일자리사업을 전담하는 시니어클럽에서 전담보조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초에는 여느 이들처럼 마을환경개선사업 노인일자리 참여자였지만 열성적인 활동이 알려지면서 올해부터 전담인력으로 채용됐다.

대부분 동년배들과 함께 마을의 꽃길을 조성하고 폐기물로 가득찬 공터를 새로운 터전으로 가꾸는 일이 그의 몫이다.

신 총무는 “인생 다하는 날까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작은 정성과 관심이 밝고 즐거운 마을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조언했다. 태백/박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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