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단어 부정적 의미 은어로 사용… 대책 시급

최근 청소년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민주화’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은어로 변질돼 쓰이고 있어 민주주의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17일 강원도내 고교생이나 대학생 등에 따르면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민주화’라는 단어가 ‘매우 나쁜 일을 당했다’는 좋지 않은 의미를 가진 은어로 변조돼 급속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변질은 한 온라인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집권층이나 정부를 옹호하는 글을 적은 누리꾼의 신상정보를 털거나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등의 행위에 대해 ‘민주화 당했다’고 표현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때문에 일부 청소년들이 이를 ‘일진에게 돈을 빼앗겼다’, ‘선생님에게 혼이 났다’, ‘일진에게 맞았다’는 등의 안 좋은 일에 대해 ‘민주화당했다’는 말로 대체해 사용되고 있다. 도내 모 대학 온라인 카페에도 “게임을 하면서 타 게이머들을 민주화를 해주고 공부를 해야 뇌에 쏙쏙 박힌다”는 내용의 글 등이 올라와 있는 등 ‘민주화’라는 단어를 오용해 쓰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춘천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18)군은 “원래 민주화란 단어의 뜻을 알고 있지만 친구들이 인터넷에 유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장난스럽게 안 좋은 의미로 변질해 쓰고 있다”며 “친구들끼리 사용하는 단어라 딱히 제재하는 사람이 없어 너도나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화’라는 말의 뜻을 왜곡해 쓸 경우 청소년기에 잘못된 사고를 심어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원동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입시나 취업에 맞춘 학습과정이 심화되면서 정치민주주의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서라도 가정과 학교에서 균형 잡힌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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