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출신 권영상 시인 동시집 ‘엄마와 털실 뭉치’

 

“강아지 한 마리/먼 친척 집에 준 그날 밤/우리 집 어미 개가/끙끙끙, 아파한다//남은 새끼 네 마리/젖 물리고 핥아 주면서도/떠나간 녀석이/또 생각나나 보다//아니, 어쩌면 비어 있는 젖꼭지가/아픈 건지 모르겠다/한 달을 물리느라/애썼던 아픔이/이 밤에 살아나는 모양이다”(권영상의 그리움)

강릉 출신 시인 권영상씨가 동시집 ‘엄마와 털실 뭉치’를 펴냈다.

이번 동시집에는 장편의 시보다는 짤막하면서 한눈에 쏙 들어오는 단편 동시들이 주로 수록됐다.

권 씨는 “키 큰 꽃들만 좋아하다 보면 키 작은 채송화나 풀꽃이 좋아질 때가 있는데, 시 또한 그런 것 같다”며 “오랫동안 긴 모양의 시를 많이 써 왔는데 이제는 단출한 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적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자그마한 메모지를 펼쳐 동심의 세계로 떠난 그의 재미있는 상상들이 책 속에 녹아있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공부한 김중석씨의 앙증맞은 그림이 더해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여름밤/풀숲에서 누가 라디오를 켠다/귀뚜라미 라디오//뜨르르 뜨르르/귀뚜라미 방송국/귀뚜라미 아나운서의 저녁 뉴스다//볼륨을 높이러/가만가만 다가가면/누가 라디오를 뚝, 끈다//싱겁게 돌아선다/누가 또 또르르 또르르/라디오를 켠다”(귀뚜라미 라디오)

저자는 세종아동문학상과 새싹문학상, MBC동화대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 배문중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구방아, 목욕 가자’, ‘잘 커다오, 꽝꽝나무야’등의 동시집과 ‘내 별에는 풍차가 있다’, ‘둥글이 누나’ 등의 동화집이 있다.

문학과 지성사. 111쪽. 9000원. 최경식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