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콩사랑 웰빙식단 연구 16년 콩 모듬 요리 개발
숲속 위치 갤러리 분위기 음식 맛 배가 손님에 인기

 
▲ 화천 콩사랑을 운영하고 있는 임덕순씨.

우리 땅에서 나는 것, 국산콩으로 만들어 낸 웰빙 식단을 16년째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도시 생활을 접고 지난 1997년 화천 대이리 농촌마을에 새로운 둥지를 마련한 임덕순(62·여)씨가 주인공이다.

이곳에 이주를 결심한 것은 남편의 고향이기도 하거니와 콩 음식에 대한 남다른 애착 때문이었다. 임 씨는 이사 후 콩을 이용한 음식이 어떤 게 좋을지 10년간에 걸쳐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두부를 이용해 전골을 만든다거나 순두부 집 운영과는 다른, 차별화에 골몰했다. 그렇게 긴 연구 끝에 지난 2007년 개발한 음식이 ‘콩 모듬 요리’다.

“처음에는 주위 사람들의 반대도 많았어요. 좁은 농로를 따라 차량도 들어 오기 어려운 농촌마을 끄트머리에 알려지지도 않은 ‘콩 모듬 요리’를 누가 찾겠느냐는 것이 여러 사람의 의견이었어요.” 예술가인 아들은 10여년 콩 연구로 살아온 어머니를 위해 ‘콩사랑’이라는 멋진 가게 이름도 붙여줬다.

하지만 역시 다수의 의견은 적중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콩 요리 음식점.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남들 눈에 쉽게 뜨이는 것도 아니고, 먹어본 사람이 있어서 맛있다고 소문내 줄 사람도 없으니 손님들이 찾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아마 아들과 남편의 응원이 없었으면, 일찌감치 문을 닫았을 거예요. 그런데 아들은 식당 안에 대형 그림을 붙인다, 남편은 뜰에 잔디를 심는다 하면서 용기를 심어준 것이 지금처럼 우뚝 서게 된 결과라고 생각해요.”

지난 2010년 가을, 임 씨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화천군에서 요리경연대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직 콩으로 만든 이런 다양한 음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임 씨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내로라하는 수십 개의 음식업소를 제치고 당당히 콘테스트에서 입선을 한 것이다.

“최우수상이나 우수상을 뽑는 것이 아니라 3개의 업소를 선정하는 자리에서 수십 년간 음식점을 운영해 온 사람들을 제치고 입선을 했다는 게 꿈만 같았어요”라고 당시를 회고 했다.

‘입선업소’라는 수식어가 생겼으니, 어머니 임 씨보다 더욱 신이 난 건 아들 김승훈씨였다. ‘화천군 요리콘테스트 입선업소’ 이것이 주 콘셉트였다.

아들 김씨는 “콩을 이용한 음식의 차별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예약 위주의 손님만 받기로 했다. 재료비를 줄일 수 있고, 고객들에게 신선하고 정성이 담긴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나름의 노하우였다”고 어머니에게 제시한 마케팅 전략을 소개했다. 임씨는 이에 발맞춰 주메뉴를 지역 특산물인 자시라포크(화천 브랜드로 잣 껍질을 이용해 사육한 돼지고기)와 어울린 ‘콩 모듬 음식’으로 확고히 굳혔다.

이처럼 ‘콩사랑’ 마케팅이 주효하면서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대도시에서 일부러 콩 모듬 요리를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화천 읍내에서 벗어나 조금 외딴 곳에 목조건물로 자리하고 있는 ‘콩사랑’은 식당 안팎으로 많은 조각품과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 식당이라기 보다는 작은 갤러리 같은 분위기다. 메뉴는 콩사랑 특선모듬보쌈, 콩사랑 두부보쌈, 콩사랑 특선정식 등 3종류로 단출하다. 음식은 주문과 동시에 만들기 때문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특선정식을 주문하면 두부보쌈과 모듬전, 콩탕이 나온다. 보쌈의 수육은 담백하면서 부드럽고, 갓 부쳐낸 모듬전은 잡내 없이 깔끔하다. 맑은 콩탕은 식사를 마칠 때까지 한결같이 개운하다. 10여 종류의 밑반찬 모두 정갈하고 재료의 맛이 살아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씨의 콩 모듬 요리는 모두 순수 국산 콩만 사용한다는 점이다.

임씨는 갈수록 농촌상황이 나빠지면서 콩 값이 3년 전 한 가마니 16만원에서 지금은 46만원이나 하지만 외국산은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임씨는 “소규모 농사로는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콩을 재배하는 농가가 감소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앞으로 점점 국내산 콩을 구하기가 어렵겠지만 부산 등 멀리서 ‘콩사랑’을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더 담백하고 건강에 좋은 콩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이 커진다”며 해맑게 웃었다. 화천/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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