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세계문학상 수상시집

▲ 초승달을 보며

임석영 / 동방

“괄호도 아니고 반 괄호로 달이 떠서/어떤 말의 의미들을 풀어줘야 할 것인데/앞 문장 깊은 여백에 품은 글이 사라졌다//내 나이 다섯 살에 죽었다는 아버지는/콩깍지 속 콩들처럼 칠남매를 남겼지만/어머닌 육십 평생을 반 괄호로 살았다//괄호로 묶어내도 쭉정이가 많을 건데/어떻게 칠남매를 혼자서 키웠는지/반 괄호 달빛을 보니 그 의문이 풀린다//둥그런 달빛 속을 파고 든 저 그림자/제 몸을 다 내주고 그림자로 채운 마음/서로가 품고 품어서 반 괄호가 되어 있다//불혹의 내 나이도 반 괄호가 되었지만/자식의 숨소리에 쫑긋 세운 내 두 귀는/언제나 초승달처럼 앞 괄호를 열어둔다”(임영석의 초승달을 보며)

제1회 시조세계문학상 수상시집인 임영석의 시조집 ‘초승달을 보며’가 출간됐다.

평소 땀과 노력으로 마음의 꽃을 피우는 시들을 쓰고 싶어하는 저자의 달콤한 시들이 그의 산문과 함께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로 20여년째 원주에서 작품 활동 중인 그는 “시조를 읽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각의 시 옆에 해설을 곁들인 산문을 기재했다”며 “시와 산문을 동시에 읽으며 저자의 속마음을 가슴 깊이 헤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7번째 작품인 이번 시집에는 손끝, 족문(足文), 나무들의 방, 둥근 밤, 작두를 보며, 억새밭에서 등 모두 62편의 시가 들었다.

“족문으로 써 내려간 갈매기의 생각들이/모두가 하나같이 뒤를 향한 화살표다/제 몸이 뒤에 있다는 눈속임의 글 한줄//적벽에 그려 놓은 반가사유 미소처럼/알아도 모르는 척 그 글의 끝을 보니/날아가 쓰지 못한 글 모래알보다 더 많다”(족문(足文))

저자는 1985년 현대시조 봄호에 ‘겨울 밤’과 ‘고향’으로 천료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이중 창문을 굳게 닫고’, ‘사랑 엽서’, ‘나는 빈 항아리를 보면 소금을 담아 놓고 싶다’,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등이 있다.

동방. 159쪽.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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