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전날 춘천 명동에는 도내 거주 일본인 결혼이주여성 61명이 집회를 가졌다. 한복과 기모노를 차려 입은 이들은 ‘사죄합니다’란 어깨띠와 팻말을 들고 있었다. 한국으로 시집와 알게 된 가장 충격적인 역사가 종군위안부였다고 했다. 이날 이야츠키 에이코(50·철원)씨는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된 후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한국에 온 지 17년째라는 오카자키 리카(49·춘천)씨도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이 같은 사죄는 이날 전국 13곳에서 12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올바른 역사에 반하는 행위”라며 한일 양국의 차원을 넘어 전시(戰時) 여성인권문제로 일본정부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교토 한일정상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노다 요시히코 총리에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노다 총리는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 평화소녀상 철거를 요구할 뿐 묵묵부답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성의 있는 조치가 없으면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제2, 제3의 동상이 세워질 것”이라고 맞섰다.

종군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양식(良識)을 볼 수 있는 척도다. 한국민들이 식민지배로 받은 고통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한다면 서둘러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이 내놓은 공식적인 사죄의 말은 1990년 아키히토 일왕이 표현한 ‘통석(痛惜)의 염(念)’이 전부다. 엄밀히 말하면 사죄라 할 것도 없다. 애석하고 안타깝다란 의미를 지닌 이 말을 사죄로 받아들이는 것은 난센스라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통석의 염이라 할 것 같으면 일왕은 한국에 오지도 말라”고 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광복절 일본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과 하타 유이치로 국토교통상 등 국회의원들은 A급전범 위패가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후 각료의 신사참배는 처음있는 일이다. 이 자리에 태평양전쟁 당시 군복을 착용하고 나온 우익단체 회원들은 “종군위안부는 한국이 날조한 거짓된 역사”라고 했다. 한일 양국은 아시아 평화를 위해 함께해야 할 동반자임에는 틀림없다. 갈등과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와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야 한다. 그래서 결혼이주여성들의 사죄가 아주 특별하다.

안준헌 논설위원 joonh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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