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병원비·생활고·폭력 못견뎌

수건으로 질식사 17년 결혼 비극 마감

경찰 구속영장 신청

“결혼생활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생활고와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결혼 17년차인 이주 여성이 한국인 남편을 살해해 충격을 주고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남편의 병원비에 따른 생활고와 남편의 폭력이 살해 동기다.

춘천경찰서는 21일 안방에서 잠자고 있던 남편을 수건으로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살인)로 일본인 A(52·여)씨를 긴급체포,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이날 오전 3시쯤 춘천시 효자동 모 아파트 안방에서 잠자고 있던 남편 박모(51)씨의 얼굴을 수건으로 눌러 질식사 시킨 혐의이다.

A씨는 범행 직후 119에 “신부전증을 앓는 남편이 호흡이 없다”고 신고하는 등 숨진 박씨가 마치 병사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비극으로 막을 내린 A씨와 숨진 박씨의 17년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1995년 8월 모종교단체의 주선으로 화촉을 밝힌 두 사람은 춘천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그러나 박씨는 직업이 없었고 지난 2002년부터는 신부전증까지 앓기 시작했다. 생활은 더욱 곤궁해졌고 박씨의 폭력까지 더해졌다.

A씨는 “남편이 술에 취하면 가재도구를 던지고 폭력을 행사했다”며 “힘든 생활속에도 남편을 돌보며 결혼생활을 유지하려 했다”고 밝혔다.

남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등 안간힘을 쏟은 A씨. 그러나 그녀의 최후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17년의 결혼생활을 어렵게 버틴 A씨는 숨진 박씨와의 사이에 자녀를 두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현장 검증과 유족 등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정성원·김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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