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환경 속에도 피어난 생명
뿌리·잎·줄기 하나 같이 ‘보석’

해열 효과… 황달·간염 탁월

쌈채·김치·즙으로 식용 가능


▲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민들레. 참나무에 붙어 꽃을 피웠다. 횡성군 안흥면 사재산 중턱.

들판이 풍성합니다. 절기도 추분(秋分). 한 해의 수고스러움을 잘 갈무리해야 할 시기이지요. 올 해는 유난히 태풍이 잦았습니다. 세 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날씨가 변덕스러우니 사람들의 마음도 사납고 매섭습니다.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도 약해졌지요.

어수선하고 산만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요. 퍼뜩 민들레가 떠올랐습니다. 산이든 들판이든 가리지 않고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식물이지요. 도심 한복판에서도 여유롭게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웁니다. 발길에 채이고 짓밟혀도 오롯이 일어나 생명을 곧추세우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강인한 생명력 탓인지 쓰임새도 요긴합니다. 버릴 것 하나 없는 식물이지요. 뿌리와 줄기 잎 꽃 모두를 먹을 수 있고, 약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방에서 설명하는 민들레의 약효는 다양합니다. 우선 열을 내리고, 피를 맑게 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위를 튼튼히 하고, 담즙의 분비에도 효력이 있다고 하네요. 이 같은 효능 때문에 한방에서는 감기와 기관지염, 간장병, 부인병, 황달, 늑막염, 간염, 소화불량 등에 처방하고 있습니다.

식재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고기를 먹을 때 쌈 채로 사용하거나 샐러드 재료로 쓰이지요. 김치로 담글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효소 재료로 한껏 기세를 올리고 있습니다. 강원도 양구와 정선에서는 민들레 즙을 만들어 판매해 주민소득에도 기여했습니다. 이쯤 되면 대단한 식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민들레가 갖고 있는 성질과 효능을 재밌게 풀어낸 이야기도 있습니다.

국립수목원 연구원인 이유미씨는 그의 저서 ‘한국의 야생화’에서 민들레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쁜 환경을 견뎌내는 인(忍), 뿌리가 잘려도 새싹이 돋는 강(剛), 꽃이 많아 벌을 부르므로 덕(德), 흰 액이 젖처럼 나오므로 자(慈), 노인의 머리를 검게 하여 효(孝)’라고 말이지요.

민들레를 아시는 사람이면 누구나 수긍할 것 같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이런 때, 민들레가 간직한 성정을 잘 이해한다면 세상을 헤쳐 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지요. 고목에 뿌리를 내린 민들레처럼 말입니다. 강병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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