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산우

춘천국유림관리소장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도토리가 많이 달렸다. 등산을 하다보면 도토리를 먹는 동물이나, 도토리를 주어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도토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열매이며 이를 이용한 음식들도 많다보니 최근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도토리 줍기가 인기다.

그러나 도토리는 야생동물에게 아주 귀중한 식량이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들 중에서 잡식이나 초식성 동물들은 거의 도토리를 먹는다. 도토리하면 대표적으로 다람쥐를 떠올리게 된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위해서 태어난 동물이 아닌가 할 정도로 도토리 를 쥐고 있거나 볼이 볼록하게 물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새 중에 어치라는 새가 도토리를 좋아하고 겨울 내 식량으로 도토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어치의 학명 중 glandarius는 ‘도토리를 좋아하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도토리는 땅에 떨어지거나 눈 속에 파묻혀도 과일류처럼 잘 썩지 않기 때문에 다른 야생동물들에게도 겨울철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먹이이다. 또한 도토리는 밤바구미와 같은 곤충이 산란하는 장소여서 생태계 한 부분을 이루고 있을 만큼 중요하다.

도토리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보조음식일 뿐이지만 야생동물에게는 주식이자 생명 같은 하나의 자원이다. 이러한 도토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사람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등산을 하며 한 움쿰씩 도토리를 주어가거나 무차별하게 수거해 가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들이 굶주린 동물들을 더욱 많이 만들어내고, 이러한 동물들이 다시 사람들이 사는 인가로 침입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인가 또는 밭 등에 침입하는 멧돼지가 늘어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닌 한줌의 도토리를 야생동물에게 돌려주는 조그마한 행동주의로 야생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이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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