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는 막국수와 더불어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닭갈비는 무엇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다. 그만큼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널리 확산돼 있는 것이다. 물론 최근 들어 외지관광객에게 가장 각광받는 향토음식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춘천하면 닭갈비를 떠올리게 되고, 닭갈비하면 춘천을 자연스럽게 연상한다. 닭갈비는 이제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하나의 상징체계가 돼 있는 것이다. 닭갈비가 어떤 경로를 통해 춘천의 대표음식으로 자리잡게 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곳 사람과 환경이 빚어낸 결정체라는 점이다.

춘천닭갈비의 연원은 신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체로는 지난 40, 50년 전쯤으로 보는 것 같다. 지난 60년대 말 선술집에서 숯불에 구워 안주로 내놓던 것이 춘천닭갈비의 발단으로 본다. 이렇게 시작된 생활음식이 그동안 놀라운 속도로 진화를 거듭해 온 것이다.

당시 춘천지역에 도계장이 많아 닭갈비를 흔하게 구할 수 있었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외출 나온 군인이나 학생 등 두터운 고객층을 형성했다고 한다. 춘천닭갈비가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처럼 공급과 수요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배경이 있었던 셈이다.

닭갈비는 대표적인 서민음식에서 전 국민이 즐겨먹는 대중식품으로 떠오른데 이어 해외시장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춘천중앙식품이 중국 길림성 연길시 공원로에 춘천꼬꼬닭갈비 연길점을 개설했다고 한다. 동시에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매장에는 벌써 이국의 별미를 찾는 손님이 줄을 잇는 모양이다.

요즘 중국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강원도와 춘천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골코스다. 그들도 춘천닭갈비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면서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중국의 관광수요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춘천닭갈비라는 대표적인 음식브랜드를 중국에 수출하게 됐다는 것은 그 의미가 자못 크다. 춘천닭갈비의 중국시장 진출이 중국과 강원도의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재정립하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춘천닭갈비의 진화를 마음껏 상상해 보는 일이 흥미롭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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