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구

한림대춘천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미국 전역이 독감 바이러스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전염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독감 주사를 맞으려는 환자들로 의료기관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의 ‘미국 내 살인독감이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2009년의 신종플루 사태가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국(CDC)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유행하고 있는 인플루엔자는 H3N2로, 전체 50개 주 중 43개 주가 감염됐다. 미네소타주에서만 27명이 사망했으며 뉴욕주에서만 환자수가 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CDC는 정확한 사망 통계와 원인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독감이 유행단계에 접어든 만큼 예방접종을 하고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는 등 적극적으로 확산 방지에 대비해줄 것을 당부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역시 13일 발표를 통해 최근 국내에서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 유형은 H1N1으로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H3N2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들어온 것이라 단정 짓기 어려운데다 미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이러한 발표에도 국민들은 안심하기보다 ‘혹시’하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를 통해 독감 바이러스의 무서움을 직접 겪었던 만큼 재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로 대학병원의 호흡기내과와 감염내과 등의 진료과에는 독감 예방접종이 가능한지를 문의하는 전화가 늘어난 것은 물론 단순 감기 증상임에도 입원을 요구하거나 이제라도 독감주사를 맞겠다는 이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의 세 가지 항원형으로 구분한다. 이중 유행성 독감은 A, B형에서 주로 발생한다. A형은 사람과 동물에서, B형은 사람 간에 질병을 일으킨다. 미국에서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 H3N2는 물론 지난 2009년에 창궐해 우리나라에만 240여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 H1N1 역시 A형에 속한다.

현재 미국 내에서 유행 중인 H3N2가 기존의 항원과 전혀 다른 변종일 확률은 낮다.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을 제외하고 10년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독감 유행시기와 비교해볼 때 감염자나 사망자 수가 현저하게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접종된 백신 주사의 인플루엔자와 현재 유행하는 H3N2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주사된 백신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다행히 국내 의료기관에서 접종된 인플루엔자 백신은 H3N2는 물론 현재 국내에서 돌고 있는 H1N1과 봄철에 대두되는 B형 인플루엔자도 포함하고 있다. 일단 안심해도 되지만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서 약 70∼90%의 예방효과가 있고 노인이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에서는 효과가 약간 더 떨어지기 때문에 맹신해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1년에 H3N2의 유행이 있었던 만큼 미국과 같이 H3N2 인플루엔자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올해의 주된 유행 바이러스는 H1N1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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