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규 한림대 교수

한국분권아카데미 원장

박근혜정부의 화두는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란 서로 어울리기 힘든 두 단어의 결합이다. 경제는 자유를 기반으로 민주화는 평등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등은 항상 두 마리 토끼로서 본질적 이해상충을 갖고 있다. 자유를 추구할 때 평등의 가치는 훼손되고, 평등을 고려할 때 자유의 강도는 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경제 민주화의 약점이다. 민주화란 글자 그대로 민이 주인이 되는 즉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혜택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다행히도 정치민주화는 이미 우리 사회가 누리고 있는 가치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실현과 이해가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여야 한다. 경제민주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동안 추구하고 발전시키고자 애썼던 경제의 개념과 이해를 수정하여야 한다. 자본주의의 장점이자 맹점은 기업의 이익극대화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독점, 재벌, 환경파괴, 양극화, 실업 등의 시장실패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약점을 해결하는 것이 소위 공동체 자본주의, 공유경제, 사회적 시장경제이다. 특히 유럽의 최강국 독일경제의 근간인 사회적 시장경제는 공유, 상생, 지속가능성, 참여를 강조하며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경제체계다.

한국 사회는 해방 이후 정치적 민주화와 산업의 발전을 이룩하여 소위 잘사는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하지만 고도 압축 성장과 무분별한 정책들로 인해서 최근에는 경제 민주화, 양극화, 실업, 동반성장, 복지 등 선진국 진입의 문제 및 국민 행복의 걸림돌로 국가 전체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소위 제 1섹터인 정부와 제 2섹터인 시장의 실패의 결합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윤추구가 목적인 시장과 기업의 이기적 행동의 결과 발생된 시장의 실패의 피해(양극화, 실업, 환경, 독점, 재벌)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상실하여 정부의 개입과 규제를 통한 처방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만병통치약과 능사가 아닌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된 경험적 사실이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는 정부의 실패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시장과 정부의 실패의 악순환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소위 제 3섹터인 사회적 경제가 정부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인 것이다. 정부는 사회적 목적에 충실하고 기업과 시장은 경제적 목적을 우선시 하는 주체들이다. 제 3섹터인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제 3의 영역이다. 제 3섹터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아직 미약하기 때문에 우리는 선진국 도입과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사회적 경제의 기본은 풀뿌리 경제다. 특히 지방의 정치를 풀뿌리 정치라고 하고 정치민주화를 풀뿌리 민주화, 지방자치를 풀뿌리 자치라고 한다면 풀뿌리 경제와 또한 그 주체인 풀뿌리 기업은 매우 자연스런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풀뿌리 기업(Grassroots Corporation)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자 한다. 풀뿌리 기업은 지역성에 뿌리(기반)를 두고, 민주적으로 소유/운영하여 경제적가치(이윤)를 창출함으로써(수단), 공익적 목표를 추구(방향)하는 조직체다.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은 풀뿌리 기업의 4가지 가치인 공익성 지역성 민주성 그리고 경제성을 추구하며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경제민주화의 경제주체다. 풀뿌리 기업의 공동가치는 풀뿌리이다. 풀뿌리(Grass-roots)의 사전적 정의는 민초, 민중, 기초, 참신한, 농업지구의, 대중, 서민, 유권자, 토양 등을 포함하는 다중적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매우 아름다운 말이다. 풀뿌리기업이 경제민주화의 선발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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