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함께 했던 새 인생… 힘들지만 이젠 앞이 보여요”

▲ 강원도 토종감자인 엄현준 감자 대표가 감자로 만든 천연화장품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영월/방기준

20대 때 KAIST 중퇴 귀향 후 인터넷쇼핑몰 운영

‘감자 파동’ 위기를 기회로 천연 감자화장품 연구 결실

감자 이용 아들 아토피 치료 일본·중국 해외 수출도 모색

 

영월 ㈜감자의 엄현준(45)대표는 단종과 김삿갓, 그리고 동강이 흐르는 영월에서 감자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이다. 요즘에는 ‘비단생’(http://vidan.co.kr)이라는 화장품브랜드로 유명해지고 있다.

그는 영월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과학도의 꿈을 안고 1988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들어가 물리학을 전공한 수재다. 그러나 꿈과 현실의 심각한 괴리를 느끼고 중퇴한 뒤 6년 동안 야학 활동에 열정적으로 매진하면서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기도 했다.

야학을 통해 결혼도 하고 생업 때문에 학원 수학강사로 활동하면서 학원계에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으나 그 길은 결국 그의 길이 될 수가 없었다. 서른 살이 되던 2000년 대전에서의 모든 생활을 접고 가족들과 함께 고향 영월로 돌아왔다.

그가 영월에 와서 처음 했던 일은 지역 농특산물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 2000년 당시 초고속 인터넷이 전국으로 확장되면서 한창 인터넷 쇼핑몰 창업 붐이 일 때였다. 영월의 여러 농특산물 중에서도 감자와 찰옥수수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감자 중에서도 분이 포삭하게 나는 뽀샤시감자 브랜드를 개발해 대박을 냈다.

해마다 매출이 늘어나던 중 2005년 전국적인 감자 가격 폭락과 맞물려 그도 예외없이 큰 위기를 맞았다. 당시 감자 주산지인 강원도에서도 수천t의 감자가 재고로 남아 내다버릴 위기에 있어 1000t을 떠안아 결국 감자 가공사업이라는 힘든 길로 접어들게 된다.

식품으로는 큰 사업을 펼쳐나가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전혀 생소한 화장품 개발을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물리학을 전공하며 연구에 전념했던 남다른 이력은 감자화장품으로 결실을 맺게 되어 결국 3년만인 2008년 국내 최초로 감자를 주원료로 하는 천연화장품 개발에 성공했다.

감자가 피부를 맑게 하는 미백작용과 피부트러블을 완화시키는 소염·진정 작용에 좋다는 점에 착안해 감자팩과 감자비누·감자샴푸·감자에센스 4종으로 감자가 주원료인 천연화장품 답게 합성방부제와 기름·유화제·합성색소 등을 넣지 않아 더욱 안전한 제품이다.

그가 개발한 감자화장품은 감자를 그대로 통째로 말려 16마이크로 내외의 초미세로 분쇄한 감자분말이 제품마다 20% 이상 들어가 있다. 생감자 수분 함량이 보통 8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생감자 그대로의 비율이다. 때문에 감자의 미백 및 소염·진정작용이 제품마다 고스란히 녹아들어간 제품이 탄생했으며 특히 주목을 받는 제품은 ‘비단수-감자에센스’와 ‘감자샴푸’이다.

비단수는 그의 셋째 아들 때문에 개발한 제품이기도 하다. 늦둥이 아들이 백일 무렵 심한 아토피를 겪으면서 온 몸이 진물과 상처로 뒤덮이며 머리카락까지 다 빠질 정도였다.

시중 제품으로는 도저히 치료가 되지 않아 마침 첫 제품으로 개발한 감자팩을 응용해 주요 성분만을 추출한 뒤 스프레이식으로 뿌리는 감자에센스를 개발, 아들 몸에 뿌려가면서 임상을 시작해 마침내 3개월만에 심한 곳은 다 아물고 1년만에 온몸이 깨끗해져 아들의 아토피를 이겨냈다.

또 2011년 9월 모 방송에도 소개가 돼 7년과 10년 심하게 아토피를 앓고 있는 2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직접 시험에 들어가 촬영 한 달만에 상태가 호전되는 내용이 방영되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피부 가려움증을 가라앉히고 손상된 피부 회복을 돕는 감자와 한방소재는 감자샴푸에도 그대로 녹아들어 지루성 두피 가려움증과 심한 두피 손상에도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감자샴푸는 기름과 유화제로 기본베이스를 만드는 일반 샴푸와 달리 감자 분말로 기본베이스를 만들기 때문에 기름기가 많이 끼는 지성두피와 그에 따른 가려움증, 비듬이 많은 지루성 두피에 큰 위력을 발휘한다. 감자 분말의 흡착력으로 두피가 깨끗해지고 건강해져 탈모방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기본이다.

그는 최근 영월군과 마케팅 협력사업으로 서울 파머스마켓에 동참하면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며 제품을 널리 알리는 한편 일본과 중국·말레이시아·필리핀 등을 대상으로 활발한 수출 활로를 모색중이다.

강원도의 대표 작물 감자! 그 감자가 이제 그의 남다른 노력으로 피부 건강 화장품으로의 변신을 마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영월/방기준 kjb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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