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기영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새 정부 출범하고도 한달 이상을 정부조직을 결정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상태로 지속되다 마침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이제야 박근혜의 정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를 실현할 미래창조과학부로의 방송정책의 이관문제였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간 합의가 되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담당하던 방송정책을 미래부와 나누어 담당하게 됐다. 방송채널을 유료로 제공하는 IPTV, 종합유선방송(SO)과 위성방송의 허가권은 미래부로 이관됐다. 한편 KBS, MBC와 같은 지상파 방송과 보도 및 종합편성채널은 그대로 방통위에서 관할하게 됐다.

미래부와 방통위간의 방송정책 관할문제를 놓고 마치 여야간의 입장을 방통위와 미래부가 대변하는 듯이 보인 것은 방통위는 여야가 합의하에 운영되는 합의제기관인 반면 미래부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독임제기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야 추천위원으로 구성되는 방통위에서 관할하는 정책에는 소수지만 야당의 견제와 입장이 반영될 수 있지만 독임제인 미래부에서는 야당이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야당은 방통위가 방송정책을 모두 관할하기를 원했고 여당은 가급적 방송정책의 많은 부분을 독임제기관으로 이관하기를 원했다.

결국은 타협안으로 방송정책을 두 기관으로 나누는 방식에 더해 서로 관여할 수 있도록 복잡한 제도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종합유선방송사와 위성방송의 변경허가나 법령을 제개정하기 위해서 미래부는 방통위의 사전허가가 필요하고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의 허가 재허가를 위해서는 미래부의 기술적 심사를 의뢰하도록 만들었다. 핵심가치와 방법론에 따라 일관성있게 정책담당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무원칙하게 편의적으로 만들어 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방송정책의 수립과정에서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고 그래서 적절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대립과 논쟁의 과정에서 방송을 둘러싸고 서로의 유불리만을 따졌지 방송이 우리사회에 가져오는 소중한 가치와 혜택에 대해서 새로운 제도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는 거의 논의되지 못했다. 우리 전체를 위한 이득이 무엇인가 하는 원칙의 측면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방송과 미디어는 다원민주사회에서 이중의 가치가 실현되는 서비스이다. 하나는 경제적 효율성을 실현하는 산업적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여론의 다양성을 실현하는 공익적 측면이다. 새로운 방송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지게 되면 바로 이중의 가치와 목표에 따라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다. 먼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이는 방송주파수와 같은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잘 활용하여 방송산업이 활성화되고 국제적 경쟁력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측면에서 더 많은 혜택을 가져오는 소비자잉여가 커져야 된다는 점이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할수 있도록 방송소비자들의 복지가 커져야 하는 것이다. 유료방송이 독임제구조인 미래부로 이관되어 사업자들의 경쟁력강화와 함께 소비자들에게도 혜택과 효율성이 얼마나 실현될지 앞으로 살펴봐야 한다.

한편 방송정책과 제도는 정치의견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언론자유의 확대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율성의 관점으로만 보면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생각이나 의견을 접하게 됨으로써 사회적인 편익이 발생하는 점을 놓치게 된다. 미디어 시장은 일종의 지적시장(intellectual market)이다. 다양한 생각, 사상, 의견이 자유롭게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민주다원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된다. 그래서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도 방송의 뉴스가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보도할 수 있게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합의제하에서 관할되도록 하였다. 박근혜 정부의 방송정책이 우리사회의 여론다양성을 위해 어떠한 기여를 하게 될지 기대해보기로 하자.

<주요 약력>△고려대졸업 △미시간주립대 박사

△현재 강원언론학회장, 한국언론학회 미디어경제경영연구회장, 한림대 헬스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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