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세대 연애와 요즘 젊은 세대의 연애는 사뭇 다르다. 우리세대는 구태여 사귀자는 선을 긋지 않아도 좋으면 만나고 자주 만나다보면 사이가 깊어져 결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였다. 그러나 지금은 일단 상대가 괜찮다고 생각하면 ‘우리 사귀자’라는 말을 누군가 제안하고 그 답이 떨어졌을 때 사귐은 시작된다. 즉 말이 이미 관계를 설정해 놓고 그 말에 감정과 생각을 보태어 가는 것이다. 아무리 말에는 자기 최면의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사귀자는 말을 기점으로 연인이 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그런데 이때 경계해야 할 것은 이미 뱉어진 말은 생각을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즉 마음과 생각이 이미 말이 설정해 놓은 것 이상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소리이다.

논어 위정편에는 공자의 말 ‘군자불기 (君子不器)’가 나온다. 여기서의 기는 그릇을 뜻하는 것으로 밥그릇 국그릇은 용도가 정해져 다른 쓰임으로 쓰이지 않는 것을 의식해서 한 말이다. 따라서 군자불기는 군자는 그릇 같이 딱 정해진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영복씨는 저서 ‘강의’에서 이를 군자는 한 가지 일만 잘하는 기능인이나 전문가보다는 인문 음악 등 다방면에서 능력이 두루 갖춰진 사람이 되라는 말로 해석하기도 한다. 결국 군자불기는 군자는 능력이나 성품 등에서 편협해서는 안 되고 보다 상황에 알맞은 유연한 사고를 할 줄 아는 통합형 역량의 장본인이어야 함을 일컫는 말이다.

윤진숙 장관 임명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신이 한 말이나 판단에 사로잡혀 사태를 제대로 인식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귀를 열지 않는다면 이는 훌륭한 리더에서 비껴난 행동이다. 많은 사람을 따르게 하는 통솔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용도가 정해진 그릇처럼 자기를 어떤 것에도 고정시켜서는 안 된다. 사귀자고 스스로 한 말에 생각이 구속되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라경영에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설정해 놓은 원칙도 한계가 드러나면 과감히 타파하는 것이 국민이 환호하는 리더의 모습이다. 공자의 말을 하나 더 부언한다. ‘정치의 으뜸가는 요체는 국민의 신망을 얻는 것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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