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국가정보원이 국정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소위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불거진 정치개입 의혹 때문에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왜냐하면 ‘댓글사건’과 연관된 각종 의혹을 규명하여야 한다는 실체적 측면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국정감사를 받는다는 초유(初有)의 사실 때문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이란 18대 대선기간 동안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수십 개의 인터넷사이트에서 조직적 댓글 작전(?)을 통해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한 여론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대북심리전 활동을 하던 직원이 북한의 선동과 종북(從北)추종세력에 맞대응해서 올린 글’이며, 이들 사이트에는 북한이 개설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십 건의 ID가 활동하고 있었고, 국내 종북세력들의 해방공간으로 악용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북심리활동은 국정원의 책무다

사이버공간이 종북세력의 해방공간과 의식화의 공작거점으로 악용돼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북한은 사이버공간을 종북세력과의 은밀한 교신 장소로, 대남선전선동의 도구로 악용해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한국의 선거철만 되면 북한의 선전선동활동은 종북정권 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기승을 부렸다. 이번 대선 때에도 ‘전쟁세력 대 평화세력’이라는 남풍(南風)을 진작시키기 위해 사이버공간은 해방구가 되었다.

국가정보원법을 보면 국정원은 ‘국내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등)의 수집·작성 및 배포’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18대 대선이라고 예외일 수 없고 온라인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국정원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종북활동을 감시하고 대북심리활동을 하는 것은 국민이 국정원에 부여한 책무이다. 즉 해방공간으로 전락한 사이버공간을 방치하는 것은 종북활동을 방치하자는 것이며, 대북심리활동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는 반(反)헌법적이며 국가파괴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하여야 한다.

‘국정원 댓글 활동’은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국정원 댓글활동’에 대한 정치공방이 가열되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관심의 초점은 변질되는 것을 목도하였다. 즉 정쟁의 와중에 종북활동에 대한 대북심리전이라는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면서 정치개입의혹으로 사건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정치개입의혹만 불거지고 대북심리전의 정당성은 무시되고 있다. 18대 대선 때 ‘국정원 댓글’ 때문에 표심을 바꾼 유권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 의문스럽다. ‘국정원 댓글’이 매스컴에서 이슈로 등장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수백개의 댓글로 정치조작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억지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사이트가 사이버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저조하다는 사실이 억지 주장을 입증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의 첫발은 헌법정신의 수호가 우선

의혹은 믿지 못하기 때문에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국정원 댓글의혹’이 해소되어야만 국정원과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바로 국정원의 정당한 직무집행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엄격한 내부기준과 기강이 확립되어야 한다. 또한 국정원의 활동은 정치개입 내지 정치공작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도 고쳐야 한다.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뒤에서 부추기면서 앞에서는 국정원을 정쟁의 제물로 악용하려는 정치권의 불순한 저의를 차단하여야 한다.

이번 국정조사를 계기로 마련될 국정원의 개혁 방향은 국내 정보와 사이버 업무에 대한 축소가 아닌 국정원의 정당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면서 정치개입의 요소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적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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