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특별취재팀·강원대 환경연구소 수중 탐사
춘천 북산면 일대 강속
바지선 연결 밧줄에 최고 지름 60㎝ 서식
전문가 “수온 상승 영향 상류까지 번식 활발 수질 오염 우려”

▲ 수도권 시민들의 젖줄인 북한강 상류에 생태계를 위협하는 태형동물이 무더기로 서식하고 있는 것이 본지 취재팀에 의해 확인됐다. 강원대 환경연구소의 독성실험 결과 태형동물의 이상번식이 수중 생태계를 파괴하고 식수원 오염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영

수도권 2000만 시민들의 젖줄인 북한강 상류에 수중 생태계를 심각히 위협하는 거대한 태형동물이 소양호를 번식처로 삼아 빠르게 증식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본지 특별취재팀은 강원대학교 환경연구소의 도움으로 지난 16일 소양강댐 준공 이후 소양호의 수질변화를 취재하기 위해 북한강 상류 지점인 춘천시 북산면 일대 소양호에서 수중 탐사활동을 벌였다.

이번 취재에서 소양호 상류 지역에 있는 바지선(어선계박장)과 육지를 연결하는 밧줄 등에 작게는 지름 10㎝에서 크게는 60㎝에 이르는 낯선 모양의 타원형 생물체가 긴 띠를 이루며 서식하고 있는 것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소양호에서 20여년간 내수면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장창용(55·춘천시 북산면 대동리)씨는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 탓인지 번식 속도가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크기도 커진 것 같다”면서 “8월 초순에 나타나 9월말 커질 대로 커지다가 11월이 돼야 사라질 정도로 생명력도 길어졌다”고 밝혔다.

환경 전문가들은 80년대 중반까지 성업하던 소양호 가두리양식장에 의해 수질오염이 심해지면서 나타난 태형동물이 물의 흐름을 정체시키는 댐과 수온 상승 등의 요인으로 상류까지 활발히 증식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태형동물은 그동안 수중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강원대학교 환경연구소가 한국수자원연구원의 협조로 2008년 실시한 태형동물 독성 실험 결과 태형동물의 이상번식이 수중생태계와 식수원 오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대의 독성실험 결과에 따르면 태형동물과 함께 수조에 넣어둔 물고기들이 일정시간이 경과하자 폐사하고 수질에서는 암모니아성 질소(NH3-N) 등 검사항목 수치가 크게 높아져 태형동물이 과다 번식할 경우 물고기 서식지를 빼앗고,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부도 지난 2011년 발간한 ‘한국 생물지’에서 “(태형동물이) 담수에서 군체로 번성하면서 독소를 배출, 작은 물고기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고 밝혔다.

김휘중 강원대 연구교수는 “2000만 수도권 시민들의 젖줄인 북한강 상류 지역에 독소를 품고 있는 태형동물들이 거대한 군집을 이루며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할 것”이라며 “태형동물은 흐르는 물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정수역(고인물)에서 상승한 기온과 영양염류에 의해 크게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소양강댐 자체가 태형동물의 커다란 집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대책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강원도민일보는 이번 북한강 상류 수중탐사 르포에 이어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 반복되는 흙탕물 유입 실태, 갈수록 심각해지는 수질 오염, 육지 속 섬에 사는 수몰민의 삶, 각종 규제에 신음하는 주변 지역, 막대한 피해 환산액에 쥐꼬리 댐주변지역지원금, 커지는 안전 우려, 소양강댐의 교훈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기획 ‘소양강댐 준공 40년 그 후’를 연재한다. 이 호

[미니해설] 태형동물
무척추동물인 태형동물은 북미산으로 배스가 한국에 수입될 때 태형동물 포자가 배스의 몸속으로 유입돼 댐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고 80㎝까지 군체가 커지면 표면에서의 성장은 활발하지만 내부는 영양성분 및 산소의 공급이 원활치 못해 썩어가다 터지게 되는데 이 때 독성 물질인 암모니아성 질소를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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