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따라 환경따라 삶 속으로 스며들다
정선 아라리 道 전역 구전 통해 퍼져
각 지역 일상·애환 반영 후렴구 변형

강원도무형문화재 1호인 정선아리랑은 본래 ‘아라리’로 일컬어지던 토속민요다. 아라리는 정선과 인접한 평창 강릉 횡성 등 강원도 전역으로 퍼져나간 강원도의 대표민요다. 강원지역 대다수 시·군마다 각 지역명을 앞에 붙여 ‘ㅇㅇ아라리’라는 소리가 불리고 있다. 악보 한 장 없이 태백산맥을 넘어 전해지다 보니 듣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어러리가 되기도 하고 아라레이가 되기도 했다. 특히 메나리조의 음악적 요소를 지닌 아라리는 대개 전문 소리꾼의 노래라기보다 서민들의 입과 입을 통해 전파된 노동요(勞動謠) 가락이기에 강원도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다. 강원지역 전역으로 확산된 아라리를 찾아가 본다.


▲ 정선아라리는 서민들의 입과 입을 통해 강원도 전역에 전파된 토속민요로 인정받고 있다.

횡성어러리

횡성어러리는 ‘미나리타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로 논일을 하며 부르는 ‘정선아라리’의 음악적 특성을 빼닮았다. 아라리가 횡성지역의 특성에 맞게 ‘어러리’로 정착돼 이곳 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노래로 불린 것이다. 토속민요의 요건인 긴아라리로 불리며 후렴구 역시 독특하게 변형됐다.


어러리 어러리 어러리요

어러리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횡성에서는 아리랑이 어리랑이고 아라리는 어러리가 된다. 일반적인 아리랑 후렴구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요’를 찾아보기 힘들다.


어리어리랑 스리스리랑 어러리가 났네

얼었다가 녹아나지는 봄철이로구나


대표적인 횡성어러리인 횡성군 우천면 정금마을의 회다지소리는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매년 횡성회다지 소리축제는 ‘횡성어러리’ 전승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제 뗏목 아라리

인제아라리는 남한강 물줄기를 타고 전파된 정선아라리와 마찬가지로 북한강 뗏목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그만큼 떼꾼들의 삶이 만들어낸 소리이기도 하다. 인제 합강에서 춘천을 경유, 서울 한강 나루터까지 뗏목을 장기간 운행하며 험준한 여울과 목숨을 걸기도 하고 고독과 싸워가며 불렀던 ‘한풀이’가 그대로 느껴진다.

후렴구는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가네’로 불려진다.


우수나 경첩에 물 풀리니

합강정 뗏목이 떠내려가네


도지거리 갈보야 술걸르게

보매기 여울에 떠내려가네


인제뗏목아라리는 박해순 전 인제문화원장을 비롯 작고한 김계근 임일남씨 등을 통해 채록돼 전승되고 있다. 인제군 북면 월학1리 냇강에서 뗏목아리랑이 시연되기도 한다.



태백 아라레이

정선과 인접한 태백은 지역 특성상 광산과 화전민의 애환을 담은 ‘아라레이’가 전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2월 태백아라레이보존회가 결성되면서 지역특색에 맞는 ‘아라리 전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지난 5월 크라운해태제과에서 주최한 제1회 전국 아리랑 경연대회에서 ‘광부아리랑’으로 대상을 차지하며 ‘태백아라레이’를 전국에 알렸다.

본래 태백아라레이는 광산개발 이전에 오지산악지역에서 태동된 노래인 데다 오랜 세월 체계적인 전승이 없었기에 후렴이나 가락이 많이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아리랑 고개는 열 두 고개라는데

넘어가고 넘어올직엔 눈물이 난다


따라오소 따라오소 날 따라오소

취밤목 한중허리로 날 따라오소


정선아라리 보다 더 느리고 화려하지 않지만 ‘태백아라레이보존회’를 통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춘천아리랑

춘천아리랑은 의병아리랑으로 널리 알려졌다. 한말에 춘천에서 의병투쟁을 벌일 때 부른 노래로 전해지고 있다. ‘강원도지’와 ‘춘성의 맥’에 따르면 춘천아리랑은 1896년 춘천시 서면 주길리 뒷산 벌업산(보납산)에서의 전투 이후 불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아 봉산아 너 잘 있거라

신연강 배터가 하직일세


우리나 부모가 날 기르실 제

성대장 주자고 날 기르셨나


춘천아리랑은 김유정의 단편소설 ‘안해’에도 등장한다.

“내가 밤에 집에 돌아오면 년을 앞에 앉히고 소리를 가르치겠다.…춘천아 봉의산아 잘있거라 신연강 배타면 하직이라. 산골의 계집이면 강원도 아리랑쯤은 곧잘 하려만 년은 그것도 못배웠다. 그린 쉬운 아리랑부터 시작할 수밖에.”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아리랑타령’을 배우라고 닦달한다. 그것이 바로 춘천아리랑아닐까.



평창 아리랑

평창아리랑은 정확히 평창 미탄아리랑 혹은 청옥산아리랑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을 배경으로 불리고 전승되고 있는 토속민요다.


청옥산 배등 알게다 정거장을 짓구서

나물 뜯으러 가는 핑계로 임만나 보자


지형적으로 평창 미탄은 성마령을 끼고 정선의 육로와 인접해 있어 정선아라리의 특징인 ‘고갯길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평창아리랑의 특징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라는 후렴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선아라리와 마찬가지로 예부터 내려온 전형적인 긴아라리이기 때문이다.



강원도아리랑

대중 민요가수들에 의해 가장 많이 불린 아리랑가락이라면 ‘강원도아리랑’을 꼽을 수 있다. 이른바 ‘자진아라리’ 가락으로 강원도의 순박한 마음씨와 남녀간의 연정을 물 흘러가듯 풀어냈다.


열라는 콩팥은 왜 아니열고

아주까리 동백은 왜 여는가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얼씨구 노다가세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은 “정선아라리는 메나리조 음악의 시초로, 태백산맥 동부지역인 강원도전역과 경상도, 함경도까지 전파된 민요”라며 “각 지역마다 정서와 특색에 맞게 명칭과 후렴구만 다소 변형됐을 뿐 동일한 뿌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박창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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