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의 본가’ 명성 사수
보존·창작 공동노력 중요

■ 정선아라리의 생명력

정선아라리의 태생에 대해 오랜 세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수많은 유래와 역사적 배경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굳이 정확한 시기와 장소를 따지지 않더라도 산간오지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의 노래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 점이 정선아라리의 생명력 아닐까.

땀과 함께 부르는 노래이기에 인간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쉬운 단어와 가락으로 풀어내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이번 기획시리즈 취재과정에서 정선아라리의 전파경로인 동강과 남한강 일대를 수 없이 다녀보고 산간 고갯길을 오르내렸다. 오로지 뗏목에 의지한 채 무서운 강길을 뚫고 한양까지 오르내리며 외로움을 달래던 떼꾼들의 노래,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는 농부들의 노래를 조금이나마 현장감있게 듣기 위해서다.

이뿐 아니다. 철없는 꼬마신랑과 시부모를 모시며 구박을 이겨내는 젊은 며느리들의 설움을 담은 정선아라리 가사는 오랜 기억에 남는다.


우리 집에 시어머니는 날 삼베질삼 못한다고

앞 남산 관솔괭이로 날만 쾅쾅 차더니

한 오백년 다 못 살고서 북망산천 가셨네


무엇보다 정선아라리는 힘겨운 여생을 해학으로 풀어낸 한민족의 정서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머나먼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세계로 울려 퍼지고 있는 정선아라리의 힘이다.



■ 현대와의 소통

정선아라리는 ‘아리랑의 본가’라는 자부심을 지닌 ‘아리랑의 원천기술’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정선아라리의 원형보존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자 한민족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아리랑의 고장’ 정선군은 지난 70~80년대 중고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아라리 박자에 지게춤을 추며 전통의 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그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옛 기록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정선아라리가 생명력을 더하기 위해서는 전통의 소리와 더불어 옛 사람들이 아라리 가락에 맞춰 흥을 내던 놀이문화를 되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소리꾼과 무대연출가들은 밀양과 진도아리랑에 비해 느린 템포의 정선아라리 공연에 애를 먹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관객들의 반응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최근 정선아리랑 공연물은 점차 현대적 감각을 덧입히고 각색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경계심도 만만치 않다. 무리한 창작이 원천기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문화예술 전문가들은 정선아라리의 새로운 창작과 전통보존은 소리꾼과 전승단체, 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공동의 노력이 전제돼야 더욱 큰 생명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은 “소리는 무형의 존재로 짧은 시간에 변형될 수 있는 만큼 예민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라며 “예능보유자와 전수자 중심의 원형보존과 새로운 콘텐츠 형태의 창작활동에 대해 체계적인 육성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 허남우·박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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