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라리를 찾아서] 정선아리랑 발전방안 지상좌담

아리랑은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세계인의 노래, 인류의 유산으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아리랑고장과 기업체마다 아리랑 선점경쟁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리랑의 원형으로 인정받고 있는 정선아라리에 대한 세계화 전략은 대내외적으로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이번 기획시리즈는 정선아리랑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하고 향후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지상좌담회를 마련했다.


 

김환기 “동계올림픽 전·후 상설공연 집중 준비”

신기선 “뗏목·고갯길 활용 아리랑 대중화 도움”

안태현 “지역 아리랑 포괄 네트워크 구성 필요”

유명희 “원형 보존 중요… 공연예술 개발 시급”

하용부 “투박스런 정선아리랑 추적·발굴해야”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아리랑의 세계화와 콘텐츠 발굴을 위한 과제는.

△하용부=“먼저 유네스코 등재의 의미를 잘 살펴야 한다. 유네스코는 가장 아리랑다운 소리,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의 소리를 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점점 멋있고 예쁜 겉모습에 많은 시간과 예산을 허비하고 있어 안타깝다. 아리랑이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힘은 다소 촌스럽지만 꾸밈없는 소리를 간절히 호소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콘텐츠개발의 시작은 바로 여기부터 출발해야 한다.”

△안태현=“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이후 아리랑은 정부나 지자체, 국민 모두에게 큰 관심사로 부상했다. 관심이 증폭되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문화콘텐츠나 스토리텔링 등이 시대적 추세이긴 하지만, 이 또한 무분별한 정책과 지원으로 오히려 아리랑의 맛과 격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아리랑 자체가 지닌 진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환기=“강원도와 정선군은 내달 2일부터 5일까지 ‘제1회 세계 대한민국 아리랑 축전’을 정선에서 개최한다. 강원도는 또 이번 세계 아리랑축전과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정선아리랑의 전승과 발굴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와 함께 아리랑의 가사집 발간과 전승공연, 아리랑 전시공연시설 조성 등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나가겠다.”



-정선아리랑의 전승과 자료보존실태에 대해 진단한다면.

△유명희=“정선아리랑은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지 벌써 40여년을 넘어섰다. 이런 점에서 정선아리랑의 전승여건은 다른 어느 지역 보다 우월하다. 이렇게 다른 지역보다 한발 앞서는 전승과 보존 시스템을 구축한 정선아리랑이 유리해 보이기는 하지만 자료보존 측면은 사정이 다르다. 다른 지자체가 앞다퉈 아리랑 박물관을 기획하고 있다. 정선아리랑도 많은 자료집과 음반물 등을 집대성하고 콘텐츠를 한 곳에 보관해야 할 때이다.”

△신기선=“밀양이나 진도 등 여느 아리랑고장에 비해 정선아리랑의 최대 강점이라면 ‘소리꾼’이 체계적으로 육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선아리랑 예능보유자부터 전수조교, 전수자, 전수장학생에 이르기까지 일정기간의 전승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내년부터 전수단체의 사단법인 등록도 추진한다. 지역주민도 아리랑이 생활 속에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젊은 소리꾼 발굴과 이들에 대한 생활보장은 여전히 묵은 숙제다.”



-‘뗏목과 고개’를 활용한 정선아리랑 콘텐츠 발굴이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에 대한 견해는.

△신기선=“정선아리랑의 백미는 한민족의 정서를 표현하는 한(恨)의 노래라는 것이다. 이런 면을 잘 나타내는 소재가 뗏목과 고갯길이다. 이들 소재의 역사성과 관련인물을 적극 활용하면 정선아리랑의 대중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명희=“아리랑 후렴에는 고개가 나온다. 고개는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지만 아리랑에 나오는 고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고개이자 삶의 고개이다. 아리랑을 부르면서 우리네는 삶의 험난한 고개를 넘어갈 힘을 얻는다. 정선의 여러 고갯길도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고개가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반면 뗏목은 이미 우리 삶과 상당히 멀어져 있다. 현재 정선 조양2교에 뗏목이 놓여 있다. 일정한 구간을 정하여 일반 사람들이 체험을 하면서 정선아리랑을 부르게 하는 관광코스로 육성해 볼 만하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정선아리랑의 활용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는.

△김환기=“2018평창올림픽의 화두는 문화올림픽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강원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문화올림픽의 실현을 위한 기본계획에 대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이 용역과제로 우리나라에서 아리랑의 원형이 가장 잘 전승되고 있는 ‘정선아리랑’의 활용계획이 담겨 있다. ‘정선아리랑’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민요로 세계인의 노래로 전파하기 위해 동계올림픽 전후로 상설공연을 집중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정선아리랑이 전통보존과 창작의 경계선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하용부=“얼마전 정선아리랑과 합동공연을 했다. 그런데 다소 의아한 생각을 가졌다. 정선아리랑 출연진과 무대가 마치 경기아리랑을 보듯이 화려해지고 멋을 내려 애쓰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정선아리랑의 소리를 아리랑의 원형이라 인정하는 이유는 바로 논과 밭, 산에서 부르던 서민들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어설픈 창작이 정선아리랑의 본질마저 훼손하고 있다. 오히려 더 투박스런 정선아리랑의 모습을 보다 깊이 추적하고 발굴해야 한다.”

△유명희=“정선아리랑이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통의 소리, 즉 원형과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원형은 원천소스이다. 기능보유자들을 중심으로 원형을 이어나가야 한다. 콘텐츠개발 역시 끊임없이 다양하게 전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선에 와서 보고 듣는 공연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흥얼거릴 수 있는 대중적인 공연예술의 개발이 시급하다.”

△안태현=“정선아리랑은 정선 사람들의 삶 속에 체화되어 있는 소리다. 일찍이 관 주도의 축제화에 성공한 데 이어 정선아리랑문화재단까지 설립했다. 또 전문가의 손에 의해 발굴되고 채록되었으며, 그 연구 성과와 수집된 자료 역시 최고 수준이다. 다만, 정선아리랑의 전승과 축제화 등이 지자체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느낌이다. 이제는 민간이 중심이 된 자생적인 전승과 발전의 단계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리랑고장 간 교류 필요성과 활성화방안은.

△안태현=“아리랑의 전승에 있어서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다양성’이다. 선후좌우를 따지지 않는 가치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때만이 아리랑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이다. 따라서 ‘소통’의 맥락으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를 위해서 각 지역의 아리랑을 포괄하는 네트워크가 구성되어야 한다. 아울러 아리랑을 전승하고 있는 지역의 지자체, 전승자, 전문가 그룹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장이어야 한다.”

△김환기=“강원도는 이미 1971년 11월 16일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정선아리랑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했으며 정선군은 군립아리랑예술단을 육성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가 축적되면서 정선아리랑은 ‘아리랑의 본가’로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3대 아리랑이라 일컫는 밀양과 진도 역시 아리랑 육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얼마 전 올해 처음으로 강원도와 강원도민일보가 공동주최한 ‘전국 3대아리랑 공연’은 우리나라 아리랑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강원도는 앞으로 아리랑을 매개로 지자체 간의 화합과 발전, 제2의 아리랑콘텐츠 개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정선/박창현·전선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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