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아트페스티벌 초연
이효석 소설 연극 재구성
20∼21일 축제극장 몸짓

▲ 오는 20일 춘천 축제극장 몸짓 무대에서 첫 선을 보이는 연극‘ 메밀꽃 필 무렵’ 연습 모습.

메밀꽃이 필 무렵. 늙은 나귀는 끓이는 여물이 식을까 불을 끄지 못하고 고갯길 아래를 갸웃거린다. 날이 어두워지자. 저 멀리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젊은 나귀가 올라온다.

바삐 가야 한다는 젊은 나귀에게 늙은 나귀는 문득 젊은 나귀가 태어났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고 젊은 나귀는 늙은 나귀의 푸념을 들어주기로 한다. 늙은 나귀는 허생원이 봉평장에서 대화장으로 넘어가던 일을 이야기 하기 시작하는데….

강원도 대표 재능기부 공연예술축제 ‘춘천아트페스티벌’이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숨은 이야기를 극화한 연극 ‘메밀꽃 필 무렵’을 초연한다.

오는 20, 21일 이틀간 춘천 축제극장 몸짓에서 펼쳐지는 이번 신작 공연은 2000년부터 매년 8월 개최돼 온 춘천아트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다.

1936년 발표된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봉평을 배경으로 한 강원도 대표 문학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작이다.

첫 선을 보이는 연극 ‘메밀꽃 필 무렵’은 원작 소설과 달리 동이와 함께 길을 다니는 나귀의 시점에서 허생원과 동이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이 구성이 독특하다. 나귀들은 허생원과 동이를 주인으로 모시는 장돌뱅이인 동시에 그들 역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입장이므로 인간인 주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

아들을 한눈에 알아본 늙은 나귀는 젊은 나귀에 부성을 느끼고 주인의 끊어진 정을 이을 수 있도록 돕는다.

나귀와 인간 간의 갈등을 흥미롭게 구성하면서 원작이 주는 잔잔한 여운을 고스란히 살리는데 집중한 이번 작품에는 서울연극제와 백상예술대상 연기상을 수상하고 이번 연극의 연출을 맡은 배우 지춘성이 젊은 나귀와 허생원, 동이 어머니 역으로 분했으며 상대역인 늙은 나귀와 동이 역에는 현재 극단 도모에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배우 김석주가 무대에 올라 박진감 넘치는 극 전개를 펼친다.

춘천아트페스티벌 관계자는 “지역을 소재로 한 공연 콘텐츠 개발의 비전을 품고 이효석 작가의 ‘개살구’와 ‘산협’을 극화해 ‘이효석 영서 3부작’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 말했다.

공연은 오후 7시 30분에 진행되며 관람료는 없다. 전선하 sunpower@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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