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마을 검은 땅 “의약품·의료시설 태부족”
보건시설 의사 전무… 간호사가 환자 치료
한마을 에이즈 감염자 800명… 의약품 절실

 

강원도민일보와 월드비전 강원지부는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강원도민의 사랑을 전하고 있는 나라는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잠비아 3개국이며 올해는 잠비아에 도민의 정성을 전한다. 도민들의 정성과 관심으로 작은 희망을 싹틔우고 있는 잠비아의 교육과 보건 지원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월드비전 강원지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복지계, 교육계로 구성된 모니터링 방문단과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6일까지 잠비아 사업장을 찾았다. 짙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키워가는 잠비아를 3회에 걸쳐 싣는다.


 

▲ 카밀람보 보건소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방문단이 찾은 지역은 잠비아(Republic of Zambia) 중부주(Central Province) 뭄브와지구(Mumbwa District) ‘카인두’(Kaindu Area) 사업장과 남부주(Southern Province) 마자부카 지구(Mazabuka District) ‘마고예’(Magoye Area) 사업장이다. 이곳에서 방문단은 보건과 교육 시설을 집중적으로 둘러봤다.

“말라리아, 에이즈, 영양실조가 심각합니다. 또 폐렴, 설사로도 수많은 어린이들이 죽어갑니다. 적어도 설사 같은 작은 질병으로 아이들이 죽는 일에서는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는 특히 5세 미만 아동들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윌프레드 무품비(36) 월드비전 잠비아 카인두뭄브와ADP 총책임자의 말이다.

방문단의 첫 현장 방문지는 월드비전 강원지부의 지원으로 2010년 보건소를 건축해 작게나마 지역민들의 삶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카밀람보 지역.

이곳은 인구조사에서는 7800명이 등록됐으나 실제 거주인구는 1만2000명에 달한다. 주민들은 다른 지역의 잠비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옥수수, 목화 농사로 생계를 꾸려 가나 생산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수도 루사카에서 고속도로와 비포장도로를 지루하게 달려 도착한 월드비전 카인두뭄브와ADP 본부에서 또 3시간을 덜컹덜컹 밀림 속을 들어가 ‘카밀람보 보건소’에 도착했다.

“환영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멀리서 우리를 만나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는데,이렇게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방문단이 도착하자 5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몰려들었고 춤과 노래로 환영의 뜻을 표하며 무릎을 살짝 굽히고 손을 잡는 인사를 건넨다. 주민들은 멀게는 25㎞ 이상을 걸어서 방문단을 맞이하기 위해 보건소를 찾았단다.

인사말을 통해 마을대표는 2009년 월드비전 강원본부의 지원을 받아 보건소 건축때 벽돌, 돌 등을 분담했다고 회고하며 마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적어도 ‘임신한 여성이 길에서 사망하는 일’은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또 위생에 대한 인식이 생겨 지정된 곳에 화장실을 설치하고 용변 본 후 손을 씻는 작은 실천으로 말라리아나 설사병이 적게나마 예방되고 있다고 했다.

한 여성 주민은 “월드비전이 지원한 탈곡기로 곡물을 탈곡해 판매한 수익금으로 닭을 사서 길러 분양하고 이웃에도 나눠주면서 고기와 계란을 판매해 소득이 올랐다”며 “현재 은행 잔고가 900달러다.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 아프면 병원에 간다. 배고픔에서도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늘도 있었다. 보건소엔 의사가 없었다. 간호사 1명, 조산사 1명, 업무 조력자 1명이 밀물처럼 몰려드는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 강희숙 인제군청 담당은 침대 3개만 덩그러니 놓인 분만실을 둘러본 후 “위급할 땐 대처가 힘들겠다”며 “그래도 집보단 낫다”고 혼잣말로 애써 위로했다.

  

▲ 무쿠유보건소 약국 앞에 주민들이 줄지어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잠비아/이동명
뭄브와에서 남서쪽으로 차로 4시간 이동하면 마자부카의 마고예 사업장이다.

클레멘트(38) 월드비전 잠비아 마고예ADP 매니저는 “최근 같은 날 미국과 잠비아에서 동시에 여성이 다섯 쌍둥이를 출산했으나 미국 아이들은 5명이 모두 살았고 잠비아에서는 3명만 남았다”며 “잠비아 여성들은 주로 집에서 출산하고 의료케어를 받지못하고 있다”고 했다.

마고예ADP가 있는 마자부카에서 2∼3시간 차를 더 달리면 무쿠유 보건소가 나온다.

무쿠유 보건소는 카인두 내 카밀람보 보건소에 이은 ‘희망의 보건소 2호점’으로 2011년 점심 나누기를 통해 모인 도민들의 정성으로 병동을 2012년부터 짓기 시작해 2013년 말 완공했다. 월드비전 지원으로 약국과 진료실 등으로 활용할 건물을 추가로 짓고 있었다. 생동감 넘치는 변화가 이뤄지고 있었고 희망이 넘쳤으나 그 속에 짙은 절망의 그림자도 보였다.

방문단이 도착하자 마을주민과 수업을 마친 초교생까지 300명이 몰려들어 지원해준 한국의 강원도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마을 청년들이 환영의 뜻을 담아 전통 북 공연을 선사했다. 그런데 환영공연의 메시지가 뜻밖이다. HIV(에이즈 바이러스) 테스트를 받게 된 기쁨을 표현했다는 것. 둥둥둥 깊은 북소리에 담겨 깊은 삶의 애환이 전해졌다.

이 마을의 에이즈 감염자는 확인된 것만 800여명으로 한달에 두 번씩 이동 진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800명 중 56명이 아이들로 모두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천형(天刑)이다.

이곳 보건소 상주인력은 간호사 1명뿐이었다. 비상주 조산사도 바쁘게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적은 의료진이 반경 14㎞ 내 1만2000명을 담당하고 있었다. 보잘 것 없는 의약품, 헝클어진 채 바닥에 뒹구는 차트, 몇 안되는 의약품을 받으려 길게 늘어선 줄… 짧은 시간에 본 모습들이다. 그래도 이곳 형편은 지원받지 못한 곳보다는 나은 편이다.

마을대표인 버나드(66) 씨는 “아프면 이곳(보건소)에 올 수 있어 주민들이 행복해 한다”며 “AIDS 감염 여부 확인과 난산에 고통받는 임산부를 위한 치료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환자 치료인력 부재, 병원이 있는 마자부카까지 이송의 어려움, 상주 의료인력의 부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출산을 기다리던 한 임산부는 “보건소까지 2시간을 걸어왔다. 허리 통증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시설뿐 아니라 시설 속에 채워질 의료진과 의약품은 더욱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강원도민을 대표해 현장을 둘러본 방문단에 형성됐다.

최창일 월드비전 강원지부장은 “처해진 환경치고는 운영이 잘되는 편”이라며 “의약품 등 소프트웨어가 부족해 아쉽다”고 보건소를 둘러본 소감을 밝혔다.

잠비아/이동명 sunshin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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