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파괴된 非運의 鐘
문양화려·주조완벽 통일신라 제조
월정사 화재때 파종…2002년 복원

▲ 국립춘천박물관에 전시 중인 복원된 선림원지 동종.

 

“비운의 신라 범종, ‘선림원 동종’을 아시나요.”

강원도 양양에 자리한 선림원(禪林院)은 804년에 창건돼 당대 최고의 고승인 홍각선사(弘覺禪師)가 번창시킨 통일신라 최고의 선(禪)수련원으로 평가받는다.

선림원은 교종(敎宗)인 화엄종(華嚴宗)의 사찰로 운영되다 홍각선사를 통해 중창된 후 완전한 선종(禪宗)사찰로 거듭났다.

그러나 10세기 전후 대홍수와 산사태로 인해 매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삼층석탑(보물 제444호)을 비롯한 부도(보물 447호), 석등(보물 445호), 홍각선사비 귀부 및 이수(보물 제446호)가 여전히 선림원 터에 남아 있다.

통일신라 범종 중 8세기 후반과 9세기 범종을 잇는 중요 역사 자료로 화려한 문양과 완벽한 주조기법을 자랑하는 선림원지 동종.

하지만 선림원지 동종은 6·25전쟁 때 화재로 인해 파종된 후 일부 파편만이 명맥을 이어오는 역사적 아픔을 지닌 유물이었다.

선림원지 동종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804년, 신라 애장왕 5년에 제작된 선림원 동종은 이후 1948년 10월 강릉군 신서면 미천리, 지금의 양양군 서면 황이리 일대 땅 속에서 한 목기 제작자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이듬해 봄 현장에서 8㎞ 떨어진 면사무소로 마을 청년 150여명이 동원돼 임시 운반된 동종은 당시 문교부의 출장 명령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하려 했으나 38도선 인근으로 남북 간 군사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해 조사 착수에 실패한다.

이후 문교부 관계자가 동종의 안전을 위해 월정사로 이관시킬 것을 요청, 1950년 월정사 칠불보전 앞에 매달아 사진촬영을 비롯한 탁본, 실측 조사 등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듬해 1월, 월정사 칠불보전 소각으로 동종이 파종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꾸준한 작업을 통해 1965년 선림원지 곳곳에 산재한 삼층석탑과 석등, 홍각선사탑비 등이 현장에 복원되고 1982년 11월 양양군 서면 황이리 일대가 강원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됐다. 이후 1985년과 이듬해에 걸쳐 선림원지 발굴조사가 진행돼 왔다.

국립춘천박물관에는 통일신라시대 후기 선종의 본산인 강원도 역사를 조명하고자 고대실인 상설 2전시실에서 선림원 내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비운의 신라 범종으로 불리는 ‘선림원 동종’에 대한 박물관의 애착은 상당하다.

박물관은 지난 2002년 10월 박물관 개관에 맞춰 선림원 동종을 복원, 공개하며 큰 화제를 모았고 이후 2012년부터 학술적 조사를 통한 전시와 학술대회를 개최해왔다.

특히 올해는 전공별 학예연구사들을 중심으로 역사와 미술사, 보존과학 등 다각적으로 접근한 선림원종 종합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선하 sunpower@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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