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실종자 구조 맹활약 최진호 잠수사(삼척)

▲ 진도 해역에서 세월호 실종자 구조작업에 나선 최진호 씨.

“바다 속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가이드라인(생명줄)을 놓치면 잠수사도 생명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 해상에서 수중 구조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최진호(47·삼척 락월드 대표)씨는 “침몰 사고 발생 해역이 지난 20년간 경험한 어떤 바다보다 악조건”이라고 한숨부터 토해냈다.

ISEA(국제스쿠버교육협회) 마스터 강사 자격을 보유한 전문 잠수사인 최씨는 지난 18일 오후 5시 침몰 현장에서 세월호 선체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물속에 들어간 최씨는 경악했다. 조류가 빠르기로 유명한 ‘맹골수로’ 이름 그대로 엄청난 세기의 물살이 최씨를 쉴 새 없이 덮쳤기 때문이다.

“생명줄 놓치면 끝이구나.”

가이드라인을 놓쳐 조류에 휩쓸린 잠수사가 멀리 떠내려가거나 주변에 있는 수많은 구조선의 스크루에 감기면 치명상을 입거나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 생명줄을 부여잡은 최씨의 몸이 극도로 긴장하면서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이날 최씨가 잠수한 깊이는 아파트 8∼9층 높이와 맞먹는 수심 28m. 진흙뻘과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뒤엉킨 바다 속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최씨는 “고성능 랜턴으로 불을 비춰도 20㎝ 앞도 분간이 안 되기 때문에 거의 눈을 감고 작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선체 접근을 시도하던 최씨에게 또 위기가 닥쳤다. 가쁜 숨을 헉헉대는 바람에 등에 짊어진 산소통이 예상보다 빨리 소모됐던 것. 최씨는 결국 30여분 작업 끝에 다시 생명줄에 의지해 해군 고속단정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날 세월호 침몰 현장은 뱃머리까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외부에서 호스로 산소를 공급받는 ‘머구리’들이 수중에서 대형 공기주머니 설치작업을 실시하는 등 분주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바다 위에서는 흐느낌과 통곡이 이어졌다. 진도 팽목항에서 최씨와 한배를 타고 1시간20분을 이동해 사고해역에 도착한 실종자 가족 3명은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하염없이 오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애들이 저 차갑고, 무서운 바닷속에 있다는 말이에요? 제발 어떻게 좀 해 주세요. 빨리요.”

해경 요원과 잠수사들을 붙들고 애원하던 한 학부모는 구조선의 갑판으로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그날 밤, 침몰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팽목항은 눈물과 기도가 지배했다. 침몰한 선체 주변에서 인양된 시신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내 가족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수많은 실종자 가족들이 몰려들었고, 눈물은 또 바다처럼 항구를 적셨다.

애들에게서 걸려올 전화를 기다리며 한시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무심한 바다를 밤새도록 응시하는 부부의 모습은 더욱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산소통 점검 등을 위해 20일 삼척으로 잠시 돌아온 최씨는 21일 다시 9시간을 달려 팽목항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최씨는 “아무리 악조건이라고해도 희망보다 큰 힘은 없기에 마지막까지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릉/최동열 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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