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연서당

허준구

조선시대 선비는 임금을 포함한 정권에 대해 무엇으로 대항했는가. 선비는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예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내고 여론을 만들며, 국가에서 시행되도록 압력을 가하고 관철되도록 노력하였다. 선비는 백성이 생각하는 바를 모아서 그것이 민의(民意)임을 내세웠고, 그 민의는 하늘로부터 나온다고 하였다. 그 민의를 어기면 설사 임금이라고 하더라도 쫓아낼 수 있다고 하였다. 백성이 하늘이고 하늘이 백성이며, 임금은 백성을 대신하여 잠시 그 권력을 대신할 뿐이다. 이것이 맹자가 말하는 천부민권(天賦民權)이다. 그러므로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권은 하늘에서 부여한 권력을 자연스럽게 상실할 수밖에 없다.

임금이 하늘로부터 잠시 부여받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인 세월호 침몰 대참변을 처리하는 정부를 보면서, 아직까지도 소통 없이 백성 위에 군림하려는 전근대적 권위를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는 약자일 수밖에 없는 백성을 근본적으로 깔보고 얕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백성에게 의견을 들을 가치도 없거니와 들어야 귀찮고 성가실 뿐이지 않겠는가.

이번 세월호 침몰은 근본적으로 백성과 소통 단절을 보여준 단적인 실례(實例)이다. 가슴이 이제는 문대져 없어졌을 그 실종자 가족에게서 대책(對策) 안(案)을 듣고, 마지못해 행하는 그 행태에 분노를 넘어 국민으로서 죄책감과 좌절감이 밀려들어 말문과 기가 막힐 뿐이다. 이는 ‘앞으로 나아지겠지’ 하는 그 작은 소망마저도 잘라버리는 막무가내(莫無可奈)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논어에서 공자는 “제나라가 한번 변하면 노나라에 이르고, 노나라가 한번 변하면 도에 이른다.(齊一變 至於魯 魯一變 至於道)”고 하였다.

제나라는 힘을 바탕으로 권력을 중요시 여기는 패도(覇道) 국가였고, 노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여기고 예의를 존중하는 인도(仁道) 국가였다. 이러한 인도(仁道) 국가에서 한 번 더 변해야, 천심인 민심을 대변하는 왕도(王道) 국가에 이른다.

아! 우리는 언제야 백성이 주인 대접받는 왕도 국가를 논하며 민심이 곧 천심(天心)임을 깨닫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그 헌법이 국민을 위한 것이었음을 자랑하며 살게 될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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