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대안산병원 안치 친구 딸 문상 ‘정선 대들보회원’ 표정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정부 재난대책 한탄
‘무사귀환’ 곳곳 현수막 전국 각지서 애도 동참

오열 23일 오전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침몰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를 위한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8일째로 접어든 23일 오후 고대안산병원 장례식장.

오늘도 어김없이 진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사그라진 학생들의 시신이 영안실로 들어왔다. 이곳 장례식장만 모두 11구의 영혼이 팽목항을 떠나 고요히 잠들어있다.

비통한 소식을 접한 유가족은 이미 진도에서 잔인한 시간을 보낸 터라 울음을 터트릴 기력조차 없어 보인다. 영안실 분위기는 차분하지만 유족들의 울분과 억울함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처럼 숙연하다. 이제 다음날 영영 돌아오지 못할 머나먼 길을 떠나보내려야 하는 유족들은 차마 자녀들의 영정사진 앞을 떠나지 못한다. 교복을 입은 단아한 모습의 영정사진 속 여고생이 차디찬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엄마! 아빠!”를 얼마나 소리쳐 불렀을까.

이미 이날 오전 7시 안산지역 내 장례식장 11곳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단원고 학생 25명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이날은 말 그대로 ‘피눈물의 수요일’이었다.

고대안산병원 장례식장 입구 담장에는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수많은 현수막이 길게 늘어섰다. 조문객을 맞이하는 영안실 통로는 고인을 기리는 조화로 넘쳐났다.

이 비좁은 통로 사이로 눈에 띄는 조문객은 삽시간에 수많은 친구와 선·후배들을 잃은 여고생들이다. 그들은 비통하고 서글픈 현실 앞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두 손을 입에 문 채 말을 잇지 못한다. 빈소 곳곳에서 “우리 친구, 불쌍해서 어떡해… 미안해”라는 통곡이 들려온다. 아직 친구를 보내기에는 너무나 어리고 아름다운 시절이기에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장례식장 한켠에는 자원봉사자들의 접수처도 마련됐다.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애도분위기에 동참하려는 봉사의 손길이 몰려들고 있다.

이날 정선중 27기·정선고 29기 동창모임인 대들보 회원 30여명도 고대안산병원을 찾았다. 그들의 절친한 친구 최모(52)씨가 이번 세월호 참사로 귀한 딸을 잃었기 때문이다. 대들보 회원들은 지난 16일에도 사고 소식을 접하고 진도에 내려가 친구의 고통을 위로했다.

고인에게도, 유족에게도 가장 큰 위로와 안식처는 역시 친구들인가 보다.

삼삼오오 모여든 친구들 사이로 유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도저히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게다. 정부의 허술한 재난대책을 한탄하고 현지상황과 동떨어진 언론보도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금 이 같은 안타까운 상황은 언제 끝날지 모를 슬픔이기에 조문객들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 보인다.

안산고대병원/박창현 chpar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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