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향해 기도를 하고 있다.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해상.

소형어선을 타고 50여분을 가자 바지선 주변을 십여척의 대형 경비함이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공기주머니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세월호가 가라앉은 현장임을 직감할 수 있다.

물때가 바뀌는 정조시간인 데다 바람도 잦고 파도는 어느 때보다 잔잔했다.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날씨에다 그동안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맑아진 바닷물은 한가닥 희망을 품게 했다.

초속 3m에 달했던 유속은 이날은 0.5m에 불과할 정도 물살도 약해졌다.

바다는 잠시 잠잠해졌지만, 아래에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혼신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고무보트에서 수색과 구조작업을 위해 물속으로 뛰어내리는 구조대원의 움직임만이 분주했다.

바닷속에 뛰어든 뒤 거친 숨소리를 내며 얼굴을 내미는 구조대원의 거친 숨소리만 해역을 휘감는 듯했다.

대형 경비함 사이로 방제선도 오가고 혹시 모를 시신 유실을 막기 위한 저인망 어선도 눈에 띄었다.

"1천야드 이상 떨어지세요."
사고해역에 접근하는 어선 등에 대한 경고방송과 지원 선박의 엔진음, 헬기 소리만이 적막을 깼다.

이날 구조팀은 가이드라인 5개를 이용해 필사의 구조작업을 펼쳤다.

현장을 바라보던 어선 선장은 "사고 첫날 이후 매일 현장을 오갔는데 오늘은 기상여건이 가장 좋은 것 같다"며 "가족들의 애끊는 절규를 바다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뱃머리를 인접한 병풍도로 돌리자 둥둥 떠다니는 검은 기름띠가 눈에 띄었다. 가족들의 애끊는 절규에도 바다는 말이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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