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神의 명령’ 어겨 내려진 징벌
고갯마루 넘다 뒤돌아봐 돌로 변해
구약성서 ‘소돔과 고모라’ 공통 복선

▲ 태백시와 삼척시의 경계지역인 도계읍 구사리 산마루에 있는 며느리바위. 지역민들은 금기를 어기고 뒤를 돌아보아 돌이 된 며느리의 형상이라고 믿고 있다.

구약성서에 장자못 전설과 비견되는 기사가 있다. 창세기 19장에 등장하는 ‘소돔과 고모라’인데 죄악의 도시라는 이유로 하늘의 징벌을 받아 멸망했다. 비정상적 성관계를 의미하는 용어(sodomy)가 소돔의 이름에서 기원했기 때문에 멸망의 원인을 성적인 문란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일 뿐이다.

소돔과 그 이웃 성(城)인 고모라는 성적 문란 및 도덕적 퇴폐가 만연하여 여호와는 두 성을 멸하기로 결정한다. 아브라함이 의인도 함께 멸하시느냐는 질문에 여호와는 의인 10명만 찾아내면 멸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천사로 변해 의인을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한다. 다만 롯만이 천사들을 알아보고 의를 행한다. 소돔의 주민들이 손님들을 내놓으라고 다그치자, 천사들은 소돔을 멸하기로 하고 롯과 그의 가족들을 먼저 탈출시킨다. 조건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것. 롯이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소돔을 탈출하자 하늘에서 유황불이 내려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한다. 그러나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아 소금 기둥으로 변한다.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은 악에 대한 하늘의 응징이라는 모티브로 문학과 영화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 탄생에 기여했다. 이 글에서 소돔과 고모라가 장자못 전설과 함께 논의되는 이유는 금기(禁忌)에 있다.

금기라는 복선은 신에 대한 절대적인 순종을 요구하고 있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신의 금기와 그 위반에 따른 단호한 징벌이다. 롯의 아내는 장자못 며느리처럼 좋은 일은 드러나지 않지만 의인 그룹에 함께 있었다. 다만 돌아보지 말라는 천사의 당부를 거부하고 돌아본 것은 며느리와 같다.

신에게 이끌려 언덕을 오를 때, 등 뒤쪽에서는 하늘의 징벌로 순식간에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것은 부분적 천지창조가 일어나는 현장이다. 신의 영역이기에 인간은 결코 볼 수 없는 순간이다. 때문에 미리 금기를 주었으나 며느리와 롯의 아내는 신의 명령을 거역하고 돌아본 것이다. 금기는 유혹이며 달콤하지만 위험하다.

장자못 전설을 논할 때마다 늘 생각나는 건 ‘만약 며느리가 고갯마루를 넘어섰다면’하는 궁금증이다. 고개 너머 그곳은 어떤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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