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란 시인 ‘스물일곱 …’
사물 속 숨겨진 아픔 담아내

▲ 스물일곱 배미의 사랑

김백란 작가마을

“이제는 부끄럽지만/선보여야 할 내 피붙이 같은 시들이/세상에 나가고 싶어 나를 조르고 있습니다./전쟁으로 얼룩진 이곳에서 끊어진 철길을 바라보며/백마고지에서 사라진 영령들과/분단의 현실을 실감하며 살아온 나날들이었습니다.”

민북마을 철원 양지리에서 논·밭 일을 하고 이웃과 어울리면서 시를 쓰는 김백란 시인이 낸 첫 시집이다. 30년간 쌓은 시 쓰기 내공을 펼쳐보인다.

해설을 쓴 정춘근 시인은 “도시 작가들의 요란한 문체는 없지만 춘란 향기 같은 진솔함이 시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평했다.

첫 시 제목은 ‘민들레’다. ‘네 영토는 어디까지냐//아침에 꽃 피우고/저녁에 바람따라 흘러가는/구름의 자식//온갖 시름 다 겪고 난 뒤/구름처럼 하얀 날개를 접고/땅 위에 스러져/먼 후일/생명을 기약하는 깃발 내리는/민들레/네 영토는 어디까지냐/…/네 영토는 하늘 끝 땅 끝까지 이어져 있구나’

왜 ‘영토’에 대해 물었을까. 시집 표지에 쓰인 ‘찢어진 산하에 홀홀이 떠다니다’라는 말과 묘하게 연결된다. 시인은 주변에 보이는 작은 사물을 시로 담아내지만 그 속엔 어쩔 수 없는 아픔이 있다. 표제작 스물일곱 배미의 사랑’ 등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보는 작품도 다수 수록됐다. 시인은 어머니를 추억하고 봄을 기다린다.

김백란 시인은 195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원주 대성고를 나와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하고 있다. 40년 전 남편을 만나 양지리로 왔다. 2012년 ‘한국문학으’로 등단했다. 현재 문인협회 철원군지부 부회장이다. 156쪽 9000원 이동명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