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그날 '4·16'…슬픔과 분노는 '현재진행형'
무능과 부패…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민낯' 드러내

▲ 세월호가 침몰한지 100일이 지났다. 사상 최악의 해상사고로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실종자 10명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한채 현재도 진행형이다. 지난 4월 16일 사고해역에서 침몰하는 세월호의 모습.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의 시계는 멈춰 섰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가만히 있지 말고 어서 나오라'고 할 것을….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우왕좌왕하던 해경에게 어서 물에 들어가 세월호의 유리창을 깨고 구조하라고 할 것을….

부질없는 줄 알지만, '그랬다면?'이라는 질문은 속절없이 우리 주변을 헤맨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과 슬픔, 고통과 분노는 '현재진행형'이다.

돈이면 다 되는 천박한 물질 숭상주의와 부패한 관료사회, 무능과 부정으로 얽힌 대한민국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바람은 한결같다.

"우리를, 세월호가 준 교훈을 잊지 말아 주세요."
◇ 잊을 수 없는 그날 '4·16'
4월 15일 오후 9시 세월호는 수학여행길에 오른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 승무원 14명, 일반 승객 104명 등 476명(잠정)을 태운 채 출항했다.

오후 6시 30분 출항 예정이었지만 안개로 2시간 30분가량 늦게 출항한 세월호는 다음날인 16일 오전 8시 25분쯤 진도 맹골수도로 진입했다.

그리고 8시 48분께 갑자기 급선회하며 침몰하기 시작했다.

당시 단원고 학생 2학년 최덕하 군은 오전 8시 52분에 119에 다급한 목소리로 "배가 기울고 있어요"라고 신고를 했다.

배가 점점 기울기 시작했으나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은 "절대 이동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했을 뿐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장과 선원들은 영문도 모르는 어린 학생과 승객을 버리고 배를 탈출했다.

안내방송에 따라 배에서 기다리던 300여명의 승객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차가운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배가 기울고 있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오전 10시 17분 한 학생이 부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세월호의 마지막 메시지가 됐다.

◇ 사고 초기 허둥지둥, '골든타임' 놓쳐
전남소방본부는 최 군으로부터 최초로 사고 발생 신고를 받았지만 '해상 사고는 해경 소관'이라는 이유로 21분 뒤에야 소방헬기를 현장에 보냈다.

사고를 가장 먼저 감지해야 할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사고가 난 지 16분이 지난 9시 6분에야 목포해경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알게 됐다.

30분간 세월호와 단독으로 교신하던 진도VTS는 세월호의 상태를 해경이나 소방본부 등 구조 당국에 알리지 않아 '생명줄'과도 같은 47분을 허비하고 말았다.

해난 구조를 담당하는 해경도 무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목포 122구조대는 오전 9시 넘어 출동하고도 해경 전용부두에 정박중인 함정 대신 버스와 어선을 타고 가느라 정오가 넘어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현장 초동대응도 갑갑하기만 했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123정은 40분이 지난 뒤에야 "승객이 배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처음 상황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해해경청과 해경 본청 역시 현장보고를 받고도 선실 진입과 승객 퇴선 유도 등 기본적인 지시도 하지 않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대형 사건, 사고 발생 시 현장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인명을 구해야 할 기관이 안일한 사고와 근무 태만, 책임 회피 등 무능을 드러내면서 300명의 고귀한 생명은 뒤집힌 배와 함께 물에 가라앉고 말았다.

◇ '구조자 0명'…부끄러운 민낯 드러낸 대한민국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실종자 10명은 여전히 차가운 바닷속에 남아있다.

사고 발생 이틀째인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은 진도를 찾아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으로 책임질 사람은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엄벌도 진정한 사과도 없었다.

4월 27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국민의 슬픔과 절망감은 달랠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슬픔과 절망은 분노로 변해갔다.

승객과 배를 버린 비정한 선장과 선원들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국민은 분노했고 무리한 증축과 이를 허가해준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 앞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무능함을 드러낸 해경은 '조직 해체'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받아야 했고 '해피아'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얻은 해양수산부도 조직 개혁이 불가피하게 됐다.

◇ '세월호 참사' 책임 331명 입건, 139명 구속
검찰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현재까지 331명을 입건하고 139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사고 당일인 4월 16일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수사본부를 구성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인천지검은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특별수사팀과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을 구성했고 부산지검은 한국선급 등의 비리에 대한 특별수사팀 수사를 시작했다.

이준석 선장과 선원, 선주회사 임직원 및 실소유주 일가, 안전감독기관 관계자 등 121명이 입건됐으며 63명이 구속됐다.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4명과 측근 9명도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도피중인 유 회장 검거를 위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유효기간 6개월의 영장을 다시 발부받았다. 그러나 유 회장은 변사체로 발견됐다.

◇ "잊지 말아주세요"…유족들의 피맺힌 절규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났지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은 끝이 없다.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 20여명은 여전히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무더위와 싸우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눈물의 항구 팽목항은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다리는 노란 리본만 쓸쓸하게 날릴 뿐 을씨년스런 모습이다.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잊혀지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월호 참사가 온 국민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20여명은 폭염 속에서 국회와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여야가 특별법 제정에 유족 요구사항을 반영해 주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병권 대책위 위원장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며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에 유족 등 피해자가 추천하는 자문단이 참여할 것과 특별위가 수사권 및 기소권을 갖고 엄정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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