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귀농귀촌 망하기 쉬워 최소 2∼3년 준비가 필요해요”
처음엔 시행착오 거듭
당나귀 체험장 운영하며 농촌생활에 재미 느껴

▲ 이용수 홍천군귀농귀촌 발전회장이 자신의 농장에서 사육하는 당나귀를 쓰다듬고 있다. 당나귀는 성격이 온순해 어린이들이 즐거워하는 농촌체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홍천/권재혁

“땀 흘려 뿌린 씨앗에서 열매를 수확하고 친·인척들과 나눠 먹는 즐거움을 귀농후 알았습니다.”

2010년 서울에서 홍천군 남면 시동4리로 귀농한 이용수(54) 홍천군 귀농귀촌 발전회장은 “귀농귀촌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 회장이 아무 연고도 없는 홍천으로 귀농한 것은 수도권과 가깝고 땅값이 싼것도 있지만 외로울때 친구 만나기 좋은 곳이란 생각 때문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회장은 2009년 양평군 개군면으로 귀농했다가 홍천으로 이전했다. 2010년 6월 한우를 사육했으나 그해 연말 구제역이 발생해 또 다시 실패를 경험했다.

그리고 기존의 논과 밭농사로는 연간 1000만원의 수익도 어렵다는 것을 터득한 후 농촌체험 업종을 선택했다. 이 회장은 현재 당나귀체험 농장(동키캐슬)을 운영하면서 캠핑장과 논·밭농사를 병행하고 있다. 귀농 당시 3억원으로 임야와 논 3만㎡를 매입한 후 야산인 임야 1만5000㎡를 개발했다. 이 과정이 순탄지 않아 온갖 고생을 했다.

이 회장의 귀촌은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회사가 어려워 퇴사한 것이 계기가 됐다. 평소 농촌생활을 꿈꿨는데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이 회장은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초등학교 2학년부터 서울에서 성장했다. 대학졸업 후 20년 동안 IT업계에 종사했다. 한때는 셋업박스와 핸드폰 부품을 유럽과 중국으로 수출, 성장가도를 달렸으나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미국기업으로부터 약속받은 투자금이 막혀 회사가 어렵게 되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이 회장은 홍천에 둥지를 튼 후 홍천군 농업기술센터 신규농업인 교육에 참가, 농촌생활에 적응했다.

지난해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도내에 단 2명뿐인 2013∼2014년 귀농귀촌 현장지도 교수로 선정됐다. 지난1월 아내(정미진·48)가 합류했고 아들은 홍천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네주민과 함께 농악에 심취했다. 농촌생활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도내에서 성공한 귀농귀촌인으로 평가받지만 자신은 성공이라는 단어를 쓰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귀농귀촌 4년이 지났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아 고민이다.

인생 2막을 꿈꾸는 귀농귀촌인들은 40∼5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상당수는 귀농귀촌후 2∼3년 동안 소득이 없어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홍천군 귀농귀촌 발전회장을 맡아 귀농귀촌 희망자 멘토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10년 귀농당시 받은 혜택에 보답하기 위해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을 돕는데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귀농귀촌은 2010년부터 전국적인 바람을 타고 있다. 그중에서도 홍천은 서울과 가깝고 교통 접근성도 좋아 수도권 주민들이 선호하는 귀농귀촌 1순위 지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무작정 귀농귀촌하면 반드시 망한다”고 강조했다. 최소 2∼3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서울지역에 귀농귀촌 희망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많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농촌농업을 배우고 농촌생활 적응훈련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조언이다. 또 마을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먼저 인사하고 마을일에 적극 참여해야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귀농귀촌인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다. 홍천/권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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