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누비는 바리스타가 꿈”
고교 졸업 후 서울서 활동 꾸준한 노력 수상 ‘결실’
춘천에 커피전문점 오픈
취미생활·창업인 교육도
“전세계에서 주목받는 바리스타가 될 겁니다.”
최고운(34) 퀸즈브래킷 대표는 대기만성이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바리스타라는 길을 묵묵히 걷던 그녀는 커피를 배운지 10년만에 월드슈퍼바리스타챔피언십 2연패를 기록했다. 2012·2013년 잇따라 우승을 차지해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린 후 고향 춘천에 내려와 올바른 커피문화 전파 전도사로 나선 최고운 바리스타를 그의 매장에서 만났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바리스타가 국내는 물론 일본, 오스트리아 바리스타들과 기량을 겨뤄 우승했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최고운 바리스타는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가족조차도 “힘든 일 그만두고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보라”고 수없이 권유하던 지난 10년이었다. 2년 연속 대회를 제패하자 그제서야 주변에서 “이 일을 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사는구나”라는 격려를 받게됐다.
최고운 바리스타는 “내 길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이 가장 좋다”면서도 “앞으로도 배워야할 게 산더미”라며 웃어보였다.
최고운 바리스타가 커피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지난 2001년부터다.
춘천여중과 봉의고를 졸업 후 상경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게 된 것이 커피와의 첫 만남이다. 선배들 어깨너머로 배우던 커피는 금세 그를 매료시켰다. 당시 생소한 기계였던 커피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우유, 크림과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즐거움에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무엇보다 “맛있다, 예쁘다”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손님들의 반응이 기뻤다.
커피와 인생을 함께하기로 한 그는 여러 매장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며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프랜차이즈점 강사로 활동하면서 후배를 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길은 예상보다 훨씬 고단했다. 하루종일 수백잔의 커피를 만들고 나면 몸은 녹초가 되기 일쑤고 위생·청소 등 신경써야 할 것도 많았다. 또한 그날그날 몸 상태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컨디션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했다.
노하우와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전문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서러움도 그를 지치게했다. 최고운 바리스타는 “바리스타의 처우가 열악하고 민간 자격증만 있을 뿐 아직까지 국가공인 자격증이 없는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그는 우리나라 커피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고운 바리스타는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시럽과 우유를 듬뿍 넣은 커피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 경우 에스프레소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쓴 에스프레소를 무작정 마시는 것이 커피를 잘 아는 방법이라 생각하는 점도 위험하단다.
최고운 바리스타는 “커피의 고장인 이탈리아를 보면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 생크림을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다”며 “에스프레소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은 만큼 조금 더 관심을 갖는다면 자신에게 맞는 커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운 바리스타는 또 다른 출발점에 서있다. 지난 7월 춘천 장학리에 커피전문점 ‘퀸즈브래킷’을 오픈한 것. 그는 지난 10년의 노하우를 춘천시민들에게 아낌없이 전달하겠다는 각오다.
우선 취미생활·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에스프레소 마스터, 라떼아트, 집에서도 카페처럼 즐길 수 있는 홈카페 과정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금 더 자리가 잡히면 아카데미 형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점이 잠식하고 있는 춘천 커피시장에서 개인 카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할 생각이다.
한가지 더, 최고운 바리스타의 눈은 이제 세계를 향하고 있다.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2년에 한 번씩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커피박람회에 참여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하고싶다’는 소망을 나타내는 표현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무대에서 1등을 할 것이고 전세계 바리스타인들이 나를 찾는 그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오세현 tpgus@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