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철원 한탄강
송대소·직탕폭포… 천혜 자연비경 자랑
단풍까지 더해져 묘한 늦가을 정취 흠뻑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인 23일이 지났다. 상강을 지나면 겨울을 알리는 입동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폭염으로 인한 무더위를 걱정했는데……. 어느새 산야가 바뀌었다. 붉은 가을빛이 내려앉고, 가을바람을 타고 단풍내음이 시나브로 코끝을 건드리면서 추수도 마무리되고 있다. 지금, 이 가을 마지막 길목에서 가족과, 친구와, 직장 동료와 함께 한탄강 늦가을 여행을 떠나면…. 한탄강 자연의 내음을 맡으며 우정과 사랑, 화합을 설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현무암 협곡으로 이뤄진 천혜의 자연비경을 자랑하는 한탄강.

한탄강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늦가을 한탄강속으로 들어가 그 아름다움에 취하는 것이다. 한탄강의 늦가을과 어울린 단풍은 산책하듯 뒷짐 지고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비록, 절로 탄성이 나오는 유명 단풍산과 비교하기에도 부족하나 한탄강 계곡과 어울린 늦가을 정취는 묘한 감정에 빠지게 한다.

한탄강은 백두대간의 황선산과 회양의 철령에서 발원한 수계가 철원을 지나 임진강으로 유입하는데, 전장 110km에 평균 하폭 60m 규모의 강. 강을 따라 이어지는 절경은 마치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연상케 한다. 가족과 함께 찾을 수 있는 곳이기에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정을 나누고, 주변지 관광도 하고, 먹거리도 챙기고, 정겨움이 가득한 사랑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한탄강 가는 여행길은 철원평야의 황금들녘을 가족, 연인과 함께 거닐며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생태체험의 길이지만, 가을걷이가 마무리되면서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승일공원에서 시작하는 한탄강 여행길은 걷는 벗들의 발길을 수시로 잡으며 새록새록 추억을 쌓이게 한다. 한탄강 여행길은 물길따라 이어지는 한여울길과 함께 하기도 한다. 한반도 유일의 현무암지대를 지나는 한탄강 유역의 자연경관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승일공원을 출발해 승일교~고석정~마당바위~송대소~태봉대교~직탕폭포~무당소~오덕리~칠만암에 이르는 여정은 3시간이면 된다.

승일공원은 한여름에는 래프팅출발지로 북적인다. 승일공원을 뒤로한 채 걸으면 곧 승일교가 나오는데, 승일교는 한탄강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다.

바로 옆 한탄대교를 뒤로하고 평야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안고 길을 걸으면 멀리 시야에 금학산, 철원평야가 반긴다. 가까이에는 고석정이 보인다. 한탄강 주변의 기암괴석과 어울리고 있는 고석정은 드라마 등의 촬영지로 이미 유명해진 장소.

고석정을 지나 길을 조금 벗어나 땅아래로 20여m가 족히 되는 절벽과 강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니 마음이 신비롭다. 화강암의 마당바위를 지나면, 화강암이 떨어져 나간 주상절리 절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송대소가 멀리 반긴다. 이곳에는 40m 규모의 출렁다리인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다.

잠시후, 하얀포말을 뿜어내는 직탕폭포가 반긴다. 자연적인 ‘ㅡ 자형’ 기암으로 이루어진 폭포. 고석정에서 2km 정도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폭포와 어울린 가을 단풍은 사진으로 남기기에도 부족함이 전혀 없을 듯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벌써 정착역이다. 현무암과 화강암으로 이뤄진 수 만개에 달하는 기암괴석을 한데 모아 놓은 것처럼, 기기묘묘한 조화와 신비를 주는 칠만암이 드디어 눈에 들어온다.

미련이 남는다. 더 걷고 싶다는 마음이…. 그래서 막연한 추억과 환상으로 젖어든 한탄강 여행길은 권하고 싶다. 가을이 아니라 봄과 여름, 겨울에도 좋다. 느낄 수 없는 무언가 아련한 아름다운 시간이 존재한다. 한탄강의 계곡과 단풍, 농촌으로의 여행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낭만이 아닐까. 협곡의 물을 벗 삼아 도손도손 얘기를 나누며, 추억과 미래를 다져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떨까.

철원/진교원 kwchin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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