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긴장의 땅을 ‘작은 통일’ 무대로…

내년은 남북분단 70주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현재의 남북관계를 “분단된 상태로 지속돼 온 69년의 역사,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상의 역사를 바로 잡고, 통일을 준비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라며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당장 실천 가능한 ‘작은 통일론’을 바탕으로 환경, 민생, 문화 협력의 ‘통로’를 만들어 서로 소통하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새로운 남북관계를 천명하면서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 지난 2007년 12월 9일 관광 중단 전 눈 덮인 금강산 모습. 관광객들이 구룡폭포로 향하는 등산로를 오가고 있다. 본사DB



■ 금강산관광

중단 6년째 재개 염원
5·24 조치 해제 최우선

금강산관광은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를 이끌어 낸 중요한 단서가 됐다. 금강산 관광이 개시 15주년을 맞았지만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재개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1998년 11월 18일 관광선 ‘금강호’가 이산가족 등 826명을 태우고 동해항을 출항, 북한의 장전항에 입항하면서 시작된 금강산 관광 사업은 개시 이후 10년 만에 193만여명의 남한 관광객을 모을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2008년 고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후 박근혜 정부에서도 재개를 위한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

금강산관광이 6년째 중단되며 영북지역 경제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6년여 동안 관광객은 연간 170만명이 감소하고 식당을 비롯한 업체들의 휴·폐업이 속출하고 인구감소, 결손가정 증가 등이 도미노현상처럼 이어졌다. 특히 월 평균 29억원씩 모두 2088억 원대에 이르는 직·간접적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출범 2년 차를 맞고 있으나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주요 국정과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강산관광 재개의 가장 선결과제는 천안함 피격으로 취해진 ‘5·24 조치’의 해제다. 최근에는 국회 차원에서 5·24 조치 해제 문제가 거론되고 있고 북한 역시 ‘5·24 조치’ 해제 문제를 제기하면서 변화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유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최근 5·24 조치를 ‘철 지난 옷’에 비유하며 전면적 해제를 촉구했다.

최근 인천아시안게임에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비서 등 북한 최고위급인사가 전격 방한하면서 금강산관광이 조기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산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겨져 있다.


■ DMZ세계평화공원

철원·고성 등 3곳 거론
미래 통일 교육장 활용

DMZ세계평화공원에서 ‘평화’는 사람과 사람간의 평화, 사람과 자연환경과의 평화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DMZ세계평화공원은 한때 치열하게 전쟁을 벌였던 국가들이 화합하고 교류하는 무대이자 인간에 의해 초토화됐지만 자연 스스로의 치유력으로 회복해 인간과 공존하는 생명의 공간이기도 하다.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DMZ내에 DMZ세계평화공원이 조성되면 DMZ가 전쟁을 도발하는 장소가 아닌 전쟁을 고발하고, 반성하는 장소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적 실천전략으로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DMZ의 평화적 활용방안이 최초로 제안된 때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6월 군사정전위원회 UN군 수석대표였던 로저스 소장이 ‘DMZ 평화적 이용방안’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거부로 무산됐다. 1982년 2월 당시 손재식 국토통일원 장관은 ‘민족화합 20개 항의 시범실천사업’을 제의, 1988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UN총회 연설에서 이산가족면회소와 민족문화관 등을 설치하는 평화시를 DMZ내에 건설할 것을 제의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994년 DMZ자연공원화를,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DMZ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DMZ세계평화공원 후보지로 거론되는 자치단체는 강원도 고성군과 철원군, 경기도 파주시 등 3곳이다.

한반도의 지리적 중심에 있는 철원은 태봉국의 역사 유적을 발굴, 복원해 역사지구로 조성한 후 미래의 통일교육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고성군은 지난해 7월 DMZ세계평화공원 고성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유치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고성은 육지와 바다의 자연환경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고 이미 북한과 개통중인 도로와 철도가 있어 교통 접근성이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고 있다.


■ 철원 평화산업단지

개성공단 역개념 조성
남북갈등 ‘걸림돌’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한계성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남북 경제협력 구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개성공단의 대안이 철원 평화산업단지다. 도가 구상하고 있는 철원 평화산단은 철원읍 비무장지대 인접 남측지역에 3035억원을 투자해 330만6000㎡ 규모로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개성공단과 달리 북측 근로자가 출퇴근하는 방식으로 조성 시 입주기업은 500개로 예상되고 있다.

철원 평화산단의 사업 모델을 ‘선(先) 남한 독자개발-후(後) 남북협력’이 유력하다.

개성공단의 역개념인 철원 평화산단은 남한 지역내 입주로 우선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을 보인다.

실제로 개성공단이 2012년 12월부터 4개월간 중단되면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한 지역 내 공단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철원 평화산단의 핵심이다.

또 남한 내 공단이 조성되면 통행, 통신, 통관 등 ‘3통 문제’가 해결되면서 손쉽게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리자는 남한 측에서 노동력은 북한 측에서 확보하면서 북측에 남한의 경영 노하우도 자연스럽게 전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는 우선 1단계로 시범단지를 우선 조성한 후 남측산단에 대북 지원용 비료와 농기계 생산 기지를 설립하고 2단계로 청정 IT산업을 산단내 유치, 도로와 함께 철도를 연결한 후 3단계에 들어서 경원선과 금강산선을 연결하는 평화 산업단지를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남북관계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남북갈등은 물론 남남갈등까지 고조되면서 산단을 둘러싼 논의도 더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안은복 rio@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