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관광 패러다임이 바뀐다
레고랜드·정동진 차이나 드림 추진
경관 중심 1차 관광서 ‘테마파크’ 전환
올림픽 계기 강원 경쟁력 강화 ‘호기’

관광 패턴이 다변화되면서 전통적 관광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산자수려한 곳을 찾아 자연속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던 관광은 이제 옛날 사진첩 속의 빛바랜 관광이 됐고, 이색적인 체험과 힐링, 남다른 스토리가 더해져야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것이 관광의 대세다.

 

 



교통망 확충으로 반나절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고, 스마트 기기의 발달과 놀이시설 확충으로 즐길거리가 다변화되면서 나타나는 신 풍속도다.

교통망 확충은 강원도내 관광 발전에 기회 요인이 됐지만, 즐길거리, 볼거리를 차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과제도 새롭게 부여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관광객 유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관광시장은 지금 ‘정글’ 같은 생존 경쟁의 현장으로 변하고 있다. 관광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정도로 특화되지 않은 관광지는 외면 속에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다.

■ 해변 경쟁 속 동해안 현 주소

올해 동해안 여름해변은 심화되고 있는 전국 해변의 경쟁구도 속에서 강원도 해변의 위기를 가감 없이 확인케 했다. 강원도가 고성∼삼척 동해안 90개 여름해변의 올해 운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방문 피서객은 모두 2430만명으로 지난해 2567만명보다 5.3%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해안 해변에서 중심적 위치에 있는 강릉시의 경우는 지난 2010년 1007만명에 달하던 여름 피서객이 올해 673만명으로 급감해 더욱 심각한 상황을 보여줬다.

여름해변 개장기간 중 20일 이상 비가 내렸고 피서 절정기인 8월초에만 2차례 태풍이 찾아온 데다 세월호 사고 여파에 따른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바닷가 냉수대 확산까지 겹치면서 상경기는 사실상 ‘최악’의 한파를 겪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심화되는 전국 해변의 경쟁구도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와 충남 대천 등 남·서해안의 유명 해수욕장들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른 더위 등 기상여건 변화를 고려해 이미 수년전부터 6월에 일찌감치 개장에 들어가고, 프로그램과 시설 확충에 주력한 반면, 동해안 해변은 7월 중순이 돼야 본격적으로 피서객을 받는데다 체험·휴식 시설 확충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남·서해안에 비해 뒤처지면서 변화하는 관광 세태 속에서 피서객 유입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가뭄 단비같은 드림시티·레고랜드

언필칭 ‘대한민국 관광 1번지’로 통했던 강원도 관광에 이처럼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 멀린사가 춘천에 조성되는 ‘레고랜드’에 1억달러를 투자키로 하고, 중국 투자법인인 샹차오홀딩스가 강릉 정동진에 2000억원을 투자해 ‘차이나 드림시티’ 관광지를 조성키로 한 것은 ‘가뭄 속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레고랜드 코리아 개발사업’은 춘천 중도 129만1434㎡에 테마파크와 아웃렛 상가, 워터파크 등을 조성하는 관광사업으로, 향후 ‘물의 도시’ 춘천 호반과 어우러진 종합리조트로 발전 기대를 고조시키고 있다. 춘천시에서도 중도와 삼악산, 삼천동 등 3곳의 관광명소를 연계시켜 개방형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투명유리 ‘스카이워크’ 등의 이색 관광시설을 조성해 레고랜드 코리아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높이는 호수관광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짜고 있다.

중국자본인 샹차오홀딩스가 투자를 결정한 강릉 정동진의 ‘차이나 드림시티’는 ‘2018 겨울올림픽’ 개최 직전인 2017년 말 까지 정동진 50만1322㎡ 부지에 호텔, 콘도와 테라스하우스, 엔터테인먼트 부대시설을 갖춘 복합문화관광형 리조트를 조성하는 대규모 투자 사업이다.

지난 7월 강릉시청에서 강원도-강릉시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샹차오홀딩스 다이빈 회장은 “한국과 중국의 교역·교류를 촉진시키는 가교가 되고, 특히 정동진 차이나 드림시티를 고급화·차별화 해 중국과 한국의 관광객들이 양국의 문화를 모두 경험하는 특화된 체험관광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차이나 드림시티는 현재 양양공항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들의 입국이 증가하는 상황과 맞물려 ‘큰손’ 관광객으로 통하는 중국인들의 동해안 체류를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양양국제공항은 강원도의 활성화 노력에 힘입어 올 들어 11월 현재까지 24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은 90%가 넘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2008년 한때 비행기도, 탑승객도 없는 무늬만 국제공항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변화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양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실제 방문이 서울 등지로 몰리면서 도내 관광시장이 기대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해안 체류 유인 차원에서 샹차오홀딩스와 같은 대규모 민자시설 투자 촉진은 동해안과 강원도의 가장 절실한 과제다.

■ ‘강원 관광시대’ 위한 조언

강원도와 강릉시 등은 관광발전과 관련, 3년 앞으로 다가선 ‘2018 겨울올림픽’이 강원 관광 도약에 힘을 불어넣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활성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올림픽 대비 수송 시설로 현재 공사가 한창인 원주∼강릉 복선전철이 오는 2017년 말까지 완공돼 서울∼강릉 접근성이 1시간대로 단축될 경우 동해안은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신개념의 관광시대를 열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통망 확충과 수도권 접근성의 획기적 개선은 기회인 동시에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동해안이 제주도처럼 ‘섬’이 아닌 이상, 방문 관광객이 쉽고 빠른 교통망을 타고 다시 빠져나가고, ‘빨대효과(Straw Effect)’로 인해 동해안 주민들까지 서울 방문을 선호하게 될 경우 관광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오히려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려한 자연자원의 매력을 극대화하면서 강원 관광의 인프라 확충과 체질개선 노력을 강화해야 관광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강릉원주대 관광경영학과 정의선 교수는 “중국·러시아 등지에서 의료관광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의료관광 수용 태세 및 서비스 개선, 전문인력 육성, 힐링관광 연계 프로그램 확충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일본·러시아 등에서 도내 동해안으로 연결되는 환동해권 여객 관광항로를 본 궤도에 올려놓는 것도 변화하는 관광시장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포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릉/최동열 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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