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없는 인생 2막… 농촌정보 먼저 캐라

인생 2막을 강원도에서 보내려는 도시민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귀농·귀촌은 7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섣부르게 농촌행을 택했다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침체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인구 증가에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귀농·귀촌 가구의 현황과 성공 노하우 등을 살펴본다.

 


귀농·귀촌 10년간 23배 급증
단계별 교육 등 지원 다양
“정착시 마을 특성 고려해야”

■ 강원도 귀농·귀촌 현황

강원도로 귀농·귀촌한 가구는 최근 10년간 23배 이상 급증했다. 25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도내 귀농·귀촌 가구는 3721가구로 10년 전인 2003년(156가구)에 비해 23배(3565가구)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귀농·귀촌한 인원은 5903명이다.

연도별로는 2004년 227가구를 기점으로 2008년까지 증감을 거듭해 오다가 2009년 232가구, 2010년 312가구, 2011년 2167가구로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 도내 귀농·귀촌 가구(3721가구)는 전국 시·도 가운데 경기(9430가구), 충북(4918가구)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같은 기간 전국 귀농·귀촌 가구는 3만2424가구로 2003년(885가구) 대비 37배 가량 늘었다. 귀농·귀촌 가구원을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32.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60대 이상 29.9%, 40대 22.4%, 30대 이하 15.6%순이다.

지난해 도내 귀농 가구는 875가구, 귀촌 가구는 2846가구였다. 도로 귀농을 택한 가구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272가구)과 경기(268가구)가 단연 많았으며 도내 도심지에서 귀농한 가구도 206가구로 뒤를 이었다. 도로 귀촌을 택한 가구는 경기(850가구), 서울(849가구)이 가장 많았으며 도에서 귀촌한 가구는 521가구로 세 번째로 많았다.

▲ 육군 중령에서 귀농인으로 변신한 강환주씨가 작업을 하고 있다.
■ 성공 사례

육군 2군단 헌병대장 출신인 강환주(53)씨는 지난 2009년 전역후 귀농을 결심했다. 정년이 없는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충청도가 고향인 강씨는 어릴적부터 농촌 품에서 자라온 탓에 늘 마음 한 편에는 귀농에 대한 열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강씨는 “시공간적 제한된 삶과 진급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직업의 특성상 19차례나 이사를 할 정도로 고충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휴가와 외박 때마다 귀농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강씨는 ‘가족이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땅을 찾아다녔다. 2001년부터 춘천에서 군복무를 해 온 강씨는 수년 전 신북읍 발산리에 귀농을 위한 땅 3300㎡를 구입했고 2010년부터 농장 경영 준비에 돌입했다. 이어 지난 3월말 전역과 동시에 가족들과 함께 본격적인 귀농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힘으로 농사를 지으며 경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부가 가치가 있고 친환경 무농약으로 재배가 가능한 작물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블루베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블루베리에 관한 표준영농교본을 탐독하며 작물연구에 심취했다. 인근 농장에서 재배 노하우 등을 습득하고 묘목을 구입한 강씨는 3년간 주말을 이용해 전업농부 수준으로 관리를 철저히 했다.

이후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등을 통해 판매망 구축에 나서 현재 만족할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강씨는 “귀농을 하면서 가족간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지고 가족애도 더욱 깊어졌다”고 밝혔다.

■ 실패 사례

귀농귀촌의 증가와 함께 실패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장밋빛 꿈을 안고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했다가 영농 기술 미숙과 주민과의 마찰 등으로 도시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2011년 강원도로 귀농한 A(55)씨는 2년 만에 서울로 돌아갔다. A씨는 귀농 직후 농지를 구입해 사과 농사를 시작했으나 ‘농사 초보’인지라 실패를 거듭했다. 판매 개척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생초보에게는 힘에 부쳤다.

더욱이 주민들과 공감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A씨는 “도심 생활을 할 때에는 회사와 집을 오가며 늘 정해진 패턴대로 부딪히며 살아왔다”며 “하지만 농촌에서는 주민들간 소통하고 어울리는 방식이 전혀 달라 융화되지 못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A씨의 장밋빛 귀농 꿈은 2년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농촌의 일은 대부분 마을 일과 연계되므로 마을의 분위기와 특성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 어떤 지원 정책있나

▲ 육군 중령에서 귀농인으로 변신한 강환주씨가 블루베리를 손보고 있다.

도와 각 시·군에서는 다양한 귀농·귀촌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귀농·귀촌 화합 프로그램의 경우 전문가를 초청해 특강하고 성공 귀농·귀촌인과의 멘토링, 화합 성공마을 견학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귀농·귀촌자 및 희망자에게는 단계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7∼9월 서울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리는 도시민 귀농·귀촌 교육에서는 강원도 정보와 각 지역별 귀농·귀촌 정책 및 지원을 안내받을 수 있다. 또 3∼12월 도농업기술원에서 진행되는 강원귀농대학에서는 최근 3년 이내 귀농·귀촌자를 대상으로 돈 버는 농업경영, 전략작목 전문재배기술 등을 교육하고 있다.

정착 단계인 5년 이내 귀농·귀촌자를 위해 3∼10월 시·군별로 40명 내외를 대상, 시·군 영농정착 기술 교육을 진행한다. 작목별 전문 영농기술교육을 비롯 품목별 농업기술, 농업정보, 농업경영 마케팅 등을 배울 수 있다. 최경식 kyungsi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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