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감자바위’ 스위스에 길을 묻다
<3> 주민직접참여 지방자치 승자독식’ 없는 분권체제

▲ 스위스를 배우자는 열기가 지역에서 일고있다. 사진은 대구에서 지방분권 대구경북본부가 운영하고 있는 스위스 학교의 세미나 모습.

인구는 780만명밖에 안되지만 세계에서 가장 정치가 안정된 나라, 국가경쟁력이 가장 높은 나라,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도 1위, 세계에서 가장 살고싶은 나라, 태어나는 것 자체가 로또복권을 맞은 것과 같다는 나라. 바로 스위스다. 1인당 국민소득 8만1000달러. 우리의 4배 가까이 된다.

그러나 유럽의 험준한 알프스 고원에 위치한 스위스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1848년 이후 거의 해마다 국민들이 헌법개정을 통해 국민이 주인인 훌륭한 헌정체제를 이룩한 정치혁신의 산물이다.

대통령이 있지만 임기 1년에 그치는 의례적인 존재이고, 정부는 협의체기관이다. 내각도 총선득표결과에 따라 장관을 임명한다. 특별히 여·야 구분이 무의미하다.

국회는 미국과 같이 상원은 칸톤(우리의 시·도)을 대표하는 1~2명의 상원의원으로 46명을 선출하고 하원은 인구숫자에 따라 200명으로 구성되어있다. 강원도처럼 인구가 적은 칸톤도 다른 곳과 똑같이 2명씩 상원의원을 배정받기 때문에 인구가 적어서 정치적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다. 또한 재정권 입법권 조직권 등이 모두 칸톤(도) 게마인데(시·군) 지방자치단체에 주어져있고 주민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정책은 주민들이 직접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2002년 동계올림픽 유치가 가장 유력했던 베른시는 주민투표에서 75%가 반대하는 바람에 연방정부가 유치를 포기했다.

반면 우리는 세입구조가 국세 80% 대 지방세 20%여서 중앙정부로부터 공무원 인건비까지 얻어다 써야 하는 ‘앵벌이’구조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재정부담비율을 놓고 중앙과 지방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산철이면 정부와 국회에 가서 매달려야한다. 뿐만 아니라 인구의 70%가 인구 2만이하의 소도시에 골고루 분포되어 살아가고 있다. 수도 베른 인구는 고작 13만명이며, 취리히 루체른 제네바 등 대도시들도 30만을 넘지 않는다. 우리처럼 수도권에 국민의 50%가 몰려살지 않는다.

지방분권과 준주권적 지방자치를 기반으로 정치가 안정되어 있고 지역균형발전이 잘 되어 있는 나라 스위스가 인구가 3%밖에 안되고 산악지역이라는 ‘입지의 숙명’을 안고 ‘국토의 변방’에서 살아온 강원도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바로 스위스 3자동맹에서 보듯 18개 시·군이 단합하고 뭉쳐서 ‘헬베티아 깡다구’처럼 ‘감자바위 깡다구’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며, 상·하 양원제와 같은 약자 및 소수배려 정치체제, 지방분권과 지역주권,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쟁취해내는 일이다. 그래야 인구가 많은 지역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승자독식구조’에서 벗어나 작지만 강한 강소도(强小道)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진민수 jinminsu@kado.net


[발상 전환] 강원도 인구자원 재평가·활용 필요

강원도 인구는 저평가되고 있다. 발상의 전환만 이룬다면 얼마든지 재평가가 가능하다. 출향도민부터 상주 군부대, 유동인구까지 그동안 도외시 해오던 강원도의 인구자원을 재평가한다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강원도 행사에서 낭독되는 축사의 가장 앞자리를 장식하는 수사는 ‘300만 강원도민’이다. 300만 강원도민론은 주민등록 인구 150만명에 출향인구 150만명을 더한 것이다. 강원도의 마지막 자존심같은 ‘300만 강원도민론’은 도내 인구가 줄자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도내 인구는 소폭 증가, 155만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출향인사도 165만명 정도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300만 강원도민은 330만명으로 다시 조정돼야하는 셈이다. 무심코 사용하는 수사에 강원도가 저평가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강원도내에는 18만명 내외의 군인이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통계 밖에 존재하는 인구다. 도내 접경지역의 경우 지역주민과 군인이 거의 비슷한 규모로 지역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지방교부세의 산정기준이 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내 상주하는 군부대도 당연히 강원도 인구자원으로 포함돼야 한다.

인구를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도 시급하다. 그동안 인구는 정주인구를 기준으로 논의됐다. 그러나 이제는 유동인구도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도내 관광객은 지난 해 기준으로연간 1억56만명 수준이다.

여기에 일반 방문목적의 유동인구까지 합치면 1일 평균 도내 외지인 유동인구는 30만명 내외로 추정할 수 있다. 이들 외지 방문객들은 현지인들과 동일하게 교통수요를 유발하고 지출행위를 하는 등 현지인과 동일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원발전연구원 황규선 부연구위원은 “유동인구도 현지 주민들과 똑같은 활동을 지역에 수행하는 만큼 이들을 인구수 산정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자치단체들도 이들을 감안해 수용시설에 반영하는 만큼 유동인구도 반영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정록 jrsong@kado.net


[문제 해법] 과소(寡少)→적소(適疎)로 나가야

최근 들어 각종 인구증가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출산장려대책은 물론 귀농귀촌운동과 주소지 이전까지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인구늘리기는 양적인 증가의 한계도 문제지만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불필요한 재정낭비만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양적 팽창보다는 인적구성의 내밀화를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구 대책의 초점을 ‘과소’에서 ‘적소(適疎)’로 바꿔야 한다는 새로운 인구관이 등장하고 있다. 절대적 인구를 단순하게 늘리는데 혈안이 되기보다는 해당 지역의 특성과 적정 인구를 따져서 인구 계획과 지역개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과소의 척도는 지역 내에 거주 인구의 감소율에 따라 설정돼 왔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 몇 명의 인구가 있는 것이 적당한지에 대한 고려는 충분치 않았다.

대도시 주변의 베드타운 지역 중에는 주민등록상 인구가 늘어나 인구과소로부터 벗어난 지역도 있다. 인구증가와 그 지역의 삶의 내용은 별개다. 단지 인구가 늘어나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여러 지역 개발 정책을 펴는 것은 실제 인구 증가나 지역 발전에 기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적정 인구를 산출해 무계획적인 개발이 남발되는 것을 막고, 상점가나 학원지역, 관광지, 자연보전지역 등 각 지역별 특성에 따라 ‘적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이같은 관점에 따르면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사회경제활동을 벌일 수 있는 사람들이 폭넓게 포진해 있다면 과소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구 과소율이 일본 2위인 오이타현 서부지역 카시쓰에촌의 이노우에 신시 촌장은 “우리는 인구가 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적은 인구더라도 여러분야에서 활약하고자 하는 사람이 남으면 된다. 과소는 무섭지 않다”고 인구과소에 대응하는 자치단체의 의지를 내보였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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