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준구

청연서당·

춘천문화원 사무국장

선비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된다. 임무는 무겁고 길이 멀기 때문이다.

인(仁)으로 자기 임무를 삼았으니 또한 무겁지 않은가? 죽은 뒤에야 그만두게 될 터이니 또한 멀지 않은가? 士不可以不弘毅사불가이불홍의 任重而道遠임중이도원 仁以爲己任인이위기임 不亦重乎불역중호 死而後已사이후이 不亦遠乎불역원호

士(사)는 무엇을 뜻하던 글자인가? 士는 본래 전사(戰士)를 상징하며, 도끼날이 아래로 향한 모양을 본뜬 글자로 풀이된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士자를 十과 一을 합자한 것으로 보고 하나부터 열까지 아는 사람이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이는 억측으로 보인다. 또는 士를 남성 성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그것은 더 더욱 억측일 뿐이다.

도끼는 본래 권력을 상징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심판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후 士는 벼슬아치나 재판관을 뜻하고 남자를 뜻하는 의미가 덧났다. 우리에 있어서는 선비를 가리키는데, 주로 올바르다고 여기는 생각을 실천하는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을 뜻하게 되었다.

선비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야 한다. 그 이유는 맡은 바 일이 더없이 중요할 뿐더러, 단시간 내에 해결되는 그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선비가 자기 임무로 삼은 것은 다름 아닌 인(仁)이다. 그 인(仁)이 무엇이기에 죽은 뒤에야 그만두게 되는가?

인(仁)은 자애로움·친근함·인정 등으로 해석된다. 공자는 인을 하늘이 부여한 완전한 덕성으로 규정하였다. 맹자는 인간만이 지니고 고유한 특성으로 인식하여 ‘인(仁)은 인(人)’이라고 하였다. 동물에게는 없고 오직 인간만이 지니고 있기에 ‘인(仁)이 인(人:사람)’이라고 한 것이다.

하늘이 부여한 완전한 덕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맹자가 말한 대로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사랑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이 사랑은 인간만이 지니고 있으며, 이것은 태어날 때부터 하늘에서 부여한 것이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이 인(仁)을 세상에 알리는 임무이기에 무겁고, 그리고 그 임무는 평생토록 가야할 길이기에 멀다. 죽을 때까지 실행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 인(仁)이, 태어날 때부터 내 몸에 있다.

그러므로 몸은 인(仁)을 감싸는 집이다. 내 몸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몸은 이 인(仁)을 실행하는 기관(器官)이기도 하다.

우리가 태어나서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그만큼 소중한 것임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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