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은주

강원FC 대표

나는 작년 6월 1일 강원FC에 첫 출근을 했다.

이미 이러저러한 문제를 알고 대표이사를 수락한 상황이라 첫 출근부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와 투명성 때문에 다소 부담스럽게 일을 시작했다. 첫 시작은 구단의 재무제표와 방만한 운영의 중심을 찾기 시작했다. 원인이 재무제표를 보는 순간 명확해졌다.

회계규정없이 거래처를 빙자해 쓰는 법인카드 남용과 46명의 대형 선수단, 구단살림에 맞지 않는 연봉체계, 빚더미에 빵구 난 구단 통장 등 이런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어떻게 할까를 넘어 구단의 사활이 걸린 리스크가 산재해 있었다. 한마디로 죽느냐 사느냐 심각한 수준이었다.

일단, 선수단 구조조정을 시작해 46명에서 29명으로 맞추고, 또한 창단한 지 얼마되지 않는 구단에서 80억이 넘는 빚이 무엇 때문에 만들어졌는지 분석하였다.

2013년 후반기부터 시작한 구단청소는 2014년 1월부터 새로운 암초인 압류, 재판, 고소고발로 몸이 열개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산 넘어 산이었다.

그 중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전 사장의 압류였다. 수시로 압류를 하며 선수들 월급, 밥값, 전기세, 카드값, 유소년운영비 닥치는 대로 돈을 빼가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구단의 신용도가 마이너스라 구단을 위해 보증서준 것이 내 개인아파트까지 압류와 경매로 이어져 개인적 공황상태까지 빠진 적이 있었다. 구단의 통장압류로 내 개인 돈을 빌려 주다 보니 회계팀에 빌려준 카드는 5개월째 받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난제를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강원도청에 정식으로 강력한 특별감사를 나를 포함해서 요청했다. 또한 모든 매체에 나가 구단의 상황들을 알리며 호소하였다. 그 결과 15가지의 시정명령과 4가지의 고발이 발견되어 전·현직 직원을 고발조치하였다.

지나온 관행과 맞서야 할 일들은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진실이 된다.

그래도 허리를 졸라매고 구단 살림을 챙긴 덕에 짧은 시간에 프로축구단 전체에서 홀로 12억원의 흑자를 냈다.

지나온 관행을 수용하지 않으며 강한 개혁으로 주변에 섭섭함과 적도 생겼지만 그래도 미션이 명확한 용병사장으로서 도민과 스폰서의 귀한 재산을 지켜줘야 하기에 감수해야 할 몫인 것 같다.

또한 이 경험을 통해 적어도 다음 사장에게 빚 없는 구단을 넘겨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모든 도시민구단의 대표이사가 모두 생색내고 무책임하게 만든 빚 폭탄이 결국 누군가의 손에서 터지게 되어 있다. 그 피해는 도민과 시민의 몫일 것이다.



12월 들어 많은 매체에서 우리 구단의 성공사례, 우수사례로 평가하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구단은 결코 성공했거나 우수한 사례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정확한 표현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경험 사례일 것이다.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 그리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근간 도시민 구단의 문제가 연속으로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다. 아마 우리 강원FC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겪어온 문제가 그들에게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우리 구단은 창단부터 지금까지 6년의 묵은 때를 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거북이처럼 출발한 우리 구단이 이 모든 경험을 통해 더욱 투명하고 건강한 구단으로 모든 구단의 문제해결의 로드맵에서 성공사례 롤 모델이 되는 2015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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