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원

강원대병원 신경과 교수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약 90여 가지로 다양하며 그 중 10∼20%는 적절한 시기에 원인 질환을 교정하면 치매가 고착화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치매를 보통 ‘치료 가능한 치매’라고 부르고 그 원인들 중에서 중요한 것의 하나로 알코올 과량 섭취에 의한 ‘알코올과 관련된 치매’를 꼽을 수 있다.

만성적인 과음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는 치매를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알코올이 정확히 어떤 기전을 통해 신경세포를 망가뜨리고 뇌 손상을 야기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제시된 가설로는 에탄올 자체의 신경독성 혹은 티아민(비타민B1)과 같은 양분 결핍이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제까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지속적인 음주를 하는 만성 알코올 의존 환자들의 뇌 영상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은 뇌의 부피가 줄어들어 있고 이러한 뇌의 위축은 일정 부분 알코올 섭취량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알코올 남용과 관련해서 보일 수 있는 증상들로는 기억력과 주의력 저하, 감정 조절 장애 및 폭력성 증가, 집행 기능의 장애, 지남력의 저하 등이다.

하지만 알코올 섭취를 줄이게 되면 이러한 인지기능 저하의 소견들이 어느 정도는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알코올과 관련된 치매는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한 전체 치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 정도로 크지 않지만, 만성 알코올 의존환자에서는 적게는 열명 중 한 명이, 많게는 네 명 중 한 명까지도 인지기능 저하를 보인다고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치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보통 65세 이후의 노인 인구에서 유병률의 뚜렷한 증가를 보이는 반면에, 알코올과 관련된 치매는 상대적으로 더 젊은 연령층, 특히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남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부분이다.

알코올과 관련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과음을 피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치매와 관련하여 ‘과음’을 정의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음주의 양을 제시하는 표준잔 (standard drink)을 알코올 몇 그램으로 정의하는지는 나라마다 달라서 심지어 나라간에 1표준잔의 알코올 함유량이 2배 이상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보통 알코올 8~14g을 1표준잔으로 정하고 있으며, 편의상 맥주 한 캔 정도에 해당하는 12g을 1표준잔으로 상정하면, 1일 기준으로 5표준잔 이상의 음주가 뇌의 부피 감소 및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되며 10표준잔 이상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중등도 이상의 인지기능 저하를 보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량의 음주라도 지속 노출 시에는 뇌의 부피를 감소시키고, 그 정도는 음주량에 따라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에 비록 소량이라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음주를 하는 것에는 분명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만성 알코올 섭취로 간에 영향을 주게 되면 의식장애, 운동장애, 인지기능 저하 등 치매를 의심케 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간성뇌병증’이라고 하며 간 기능 이상에 의한 혈중 암모니아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과도한 양의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는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형태로 뇌에 악영향을 미쳐 뇌의 구조와 기능에 변화를 야기하고 특성상 다른 형태의 치매보다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그리고 종종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에 더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절주와 금주 및 평소의 올바른 음주 습관을 위한 환자 본인의 노력뿐만이 아니라 알코올과 관련된 치매가 의심이 되면 조기에 병원을 방문하여 적극적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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