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육아 노동 가치 폄하"...복지부 "기본조사 거쳐 세부대책 내놓을 것"

정부가 맞벌이 부모에 대한 보육 지원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과 관련해 전업주부들의 반발이 거세다.

복지부는 21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전업주부들까지 과도하게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는 상황을 개선하기위해 "맞벌이 부부에 대해 지원대책을 강화하고 시간제 보육을 활성화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맞벌이 부모와 전업주부 가정이 받는 보육 지원금을 차등하는 등 '부분적인 선별 보육정책'을 추진키로 한데 대해 일부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보편적 무상복지'라는 대선공약의 파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맞벌이 지원 강화·시간제 보육 활성화…개편의 두 축

복지부가 밝힌 보육체계 개편의 두 축은 맞벌이에 대한 지원 강화와 시간제 보육 활성화다. 즉, 전일제 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 중심으로 이용하고 전업주부는 가정 양육을 유도하거나 시간제 보육 시설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가정에서 양육했을 경우 월 10만~20만원의 가정보육 지원금을 받지만 보육시설에 맡길 경우에는 22만~77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전업주부들에게 퍼져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가정 양육을 유도하고 어린이집 수요를 줄이는 방안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만큼 가정보육 지원금은 늘어날 전망이다.

가정에서 육아를 하는 전업주부의 경우 여유시간을 갖고 볼일을 보려면 시간제 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데, 현재 시간제 보육시설이 전국 80여곳에 불과하다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부모들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간제 보육시설을 늘릴 방침이다.

◇ 전업주부들 "정부가 가사·육아노동 가치 폄하"

정부의 보육제도 개편 방향이 알려지자 전업주부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가입자수가 226만명인 네이버의 A육아정보 카페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전업주부들의 성토의 장이 되고 있다.

주부 B씨는 "어린이집에 보내는 애를 줄여 보육교사 수가 줄어든다고 폭행하는 선생님의 수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고, C씨는 "정말 일하고 싶었지만 억지로 전업(주부)하는데 기운 빠진다. 애낳지 마라는 말로밖에 생각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전업주부라고 일괄적으로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D씨는 "전업맘(주부)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못보내면 개인 시간이 없어 재취업 준비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고, E씨는 "자발적 전업주부는 몇 안된다. 임신하고 회사 그만둘수밖에 없게 된 것도 억울한데 이런 식은 문제가 있다"고 가세했다.

전업주부 황모(39)씨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의 가치가 취업자의 노동가치에 비해 떨어진다고 인정하는 것"이라며 "가정 양육수당을 전보다 올려줄 수는 있겠지만 취업여부에 따라 헤택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이같은 여론은 앞으로 복지부가 보육정책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양육수당의 지급 형태와 전업주부에 대한 판단 기준 등을 정하는데 있어 다양한 현실을 고려치 않으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보편적 무상복지' 공약 폐기 논란

전업주부와 가정주부에 지급되는 양육수당을 차등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보편적 무상 복지'라는 대통령 공약에 어긋나는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0∼5세 보육과 유아교육을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는 내용을 담은 여성·보육·가정 관련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만 5세 이하의 영유아를 둔 전 계층 가정에 대해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전 계층에 양육수당을 주겠다는 것이 공약의 핵심이다.

장미순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국민들 중 선택해서 보육료를 차등지급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보편적 무상보육 정책을 철회하고 공약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어린이집 외에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제반 여건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전업 주부의 보육 비용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돈이 없어서 보육시설을 이용 못하는 주부는 올곧이 스스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형평성 논란 등을 감안해 취업유무와 근로형태 등 세부적인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기본조사를 실시해 이르면 3월중에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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