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중 한국 ‘슬픈 위상’ 실감 외교무대 누비며 ‘통일’ 이바지”
대학때 결심 8년간 노력
외교부 국제법률국 근무
양자·다자조약 절차 담당
“자신 믿으면 꿈 이뤄질것”

▲ 유소영 외교부 사무관이 외교부장관의 임명장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새내기 외교관 유소영(29)씨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어려운 공부과정을 거쳐 꿈을 이루고, 현재 하는 일과 미래의 청사진을 이야기할 때는 패기가 엿보였다.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강원출신 국립외교원 졸업 1호인 유씨는 외교관으로 입문하기 위해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왔다.

1차 시험인 공직 적격성 평가와 2차 시험인 전공평가, 학제통합 논술시험, 면접을 통과해야 했다. 국어와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도 별도의 자격을 갖춰야 했다. 유 씨는 이 과정을 모두 거쳐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립외교원에 입학했다. 외교관 후보자 과정은 49주, 3학기를 1년 만에 이수해야 한다. 첫 학기는 외교관으로서 필요한 기본 소양을 익히는 과목이 주를 이루지만 2, 3학기는 심화과정이다. 강의의 절반은 영어로 진행된다. 이수과목 가운데 성취도가 5.0 만점에 2.5를 넘지 못하는 과목이 70%가 넘으면 탈락이다.

“학습과목도, 과제량도 많았어요. 다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됐죠. 근데 해 냈어요. 동기들이 있기 때문에 즐겁게 이겨낼 수 있었죠.”

유 씨가 외교관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꿈이 구체화된 것은 대학(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들어가서였어요. 고교(춘천여고) 시절에는 막연했죠. 2007년 가을 1학기 동안 영국 브라이튼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갔는데 우리나라 위상이 높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외국에 가면 다 애국자가 되잖아요. 삼성 아시죠? 근데 우리 기업이라는 것을 영국 친구들은 몰랐어요. 휴대폰을 쓰고 있는데도 말이죠. 슬프고 가슴이 아팠어요. 또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North or South?’ 라고 묻는 친구들도 정말 많았어요. 분단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그래서 외교관이 돼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리고 외교관이 돼서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어요.”

그리고 유 씨는 8년 뒤 그 약속을 지켰다.

지난해 11월 국립외교원 수료식을 마친 유 씨는 지난달 17일 외교부에 임용되기 전까지 꿈을 만들어 줬던 영국을 다시 찾았었다.

그는 현재 외교부 국제법률국 조약과에서 외무사무관으로 일하고 있다.

“조약과는 우리나라가 체결하는 양자 조약이나, 우리나라가 가입하는 다자 조약을 검토하고 거기에 필요한 국내 절차를 담당하는 부서에요. 또 정부부처가 체결하는 외국기관과의 약정에 대해서도 검토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는 “아직은 일을 배우는 단계여서 설명이 잘 됐는지 모르겠네요”라고 말을 이었다.

외교관의 꿈을 키우고 있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궁금했다.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제일 하고 싶어요. 이 길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이라는 확신이 들면 자신을 좀 더 믿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끝까지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 꿈을 위해서 공부를 할 수 있음에 기쁨을 느끼면서 힘든 시간을 잘 견뎌 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각오도 잊지 않았다.

“좋은 외교관이 되고 싶어요. 좋은 외교관이 어떤 외교관인지는 외교부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구체화해 가고 싶어요. 다만, 장기적으로 어느 분야에서든 작게나마 통일한국을 만들어 나가는데 기여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유 사무관은 끝으로 기자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참! 마지막으로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어요. 저를 끝까지 믿고 지지해준 가족과 친구들한테 고맙다는 말이요. 그 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어요. 상투적인 말이지만 진심이에요. 이 이야기 빼지 말고 꼭 넣어주세요. 꼭이요.”

1시간여의 인터뷰를 마치며 30년 뒤 ‘통일한국’의 영국주재 대사로 유소영 사무관을 상상해봤다. 서울/진민수 jinminsu@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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