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소극적 대출에 공사비 조달 전전긍긍

대출 만기연장 어려워

강원도 연고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대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 도내 건설사들도 자금난에 빠지는 도미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가뜩이나 취약업종으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로 차별받고 있는 건설사들은 최근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등 대기업 부실사태로 인해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25일 도내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개시를 비롯해 대한전선의 분식회계로 인한 채권단 보유주식의 폭락, 무역보험공사의 모뉴엘 보험금 지급 거부 등으로 시중은행들은 최근 한 달 새 1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볼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일련의 사태는 시중은행의 소극적인 대출 행태로 이어지고 지역 내 기업과 중소건설사들에게는 대출비중을 지속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최근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사태는 도내 건설업체들에까지 불똥, 연 7∼9% 이상의 고금리에도 대출승인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도내지역 상가건물 신축 공사를 수주, 선투자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 중인 A건설사의 경우 최근 시중은행을 통해 신용대출을 신청했지만 건설업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한 뒤 공사비 조달방법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더욱이 신규 대출의 문이 막힌 것도 문제지만 이미 내준 대출금의 만기연장이 더 힘들어졌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돈 굴릴 곳 없는 은행들이 앞 다퉈 금리를 낮추며 기업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사에 대한 압박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위기의 심각성이 점점 더해지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 은행마다 건설사에 대한 문턱을 높이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 대출금회수까지 압박강도가 심해지고 있다”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건설사들은 극심한 자금난에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건설협회 도회 관계자는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 등 대형건설사들의 재무구조 악화가 금융권에 영향을 미치면서 지방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은 건설사에 대해서도 일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대출을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철 lawtopia@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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